경북지방경찰청
교통사고 예방·법규위반 단속
2016년부터 ‘암행순찰차’ 운영
사고 발생·사망자 감소 효과
운전자 법규 준수에도 큰 역할

경북경찰청 암행순찰대 경찰관이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를 단속하고 있다. /경북경찰청 제공

“만일 당신이 교통법규를 어긴다면, 언제 어디서나 예고 없이 ‘암행순찰차’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11일 경부고속도로에서 사설 구급차 1대가 경광등을 켜고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시속 100㎞가 넘는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 차량은 안전 거리를 유지한 채 정속 운행 중인 다른 차들 사이를 지그재그로 빠져나가며 곡예운전을 펼쳤다.

당시 현장에서 암행 순찰 중이던 경찰은 이 차량이 응급상황이 아님에도 과속 운행을 하는 것을 직감하고, 구급차량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구급차량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수차례 신호위반을 한 뒤 목적지인 병원에 도착했다. 추격을 포기하지 않았던 경찰은 현장에서 구급차량 운전자 A씨를 난폭운전 혐의로 입건했다.

앞서 같은 해 5월 10일 경부고속도로에서 고급 외제 차량 3대가 광란의 레이싱을 펼쳤다. 이 차들은 시속 130㎞가 넘는 속도로 차선을 바꿔가며 일명 ‘칼치기’ 주행을 해 다른 운전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이 모습을 본 경찰은 4km가량의 추격 끝에 이들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각각 입건했다.

경찰이 운영하는 ‘암행순찰차’가 교통법규 위반 적발과 사고 예방에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9월 고속도로에서 갓길 얌체 주행이나 지정차로 위반 등과 같은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암행순찰차’가 도입됐다. 암행순찰차는 차량 내부에 경고용 스피커와 경광등 등을 설치해 기존 순찰차와 같지만, 외부는 일반 승용차와 똑같아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효과적으로 적발할 수 있다.

경찰은 지난해 암행순찰을 통해 모두 1천902건의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단속했다. 이 중에는 신호위반이 267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정차로위반 277건, 중앙선 침범 25건, 기타(안전띠·안전모 미착용 등) 1천388건을 차지했다.

암행순찰 도입 결과 작년 한 해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전년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1만2천794건으로 전년(1만4천779건)보다 13.4% 감소했다. 고속도로에서 39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전년(408건)보다 3.7% 감소했고, 국도 역시 지난해 1천747건을 기록하며 전년(1천804건)보다 사고 비율이 3.2% 줄어들었다. 기타(시내·지방도 등) 도로에서는 작년에 1천654건으로 전년(1만2천567건)보다 15.2% 감소했다.

암행순찰차가 도입된 이후 전국적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도입 첫해인 2016년에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273명이었지만, 2018년 252명, 219년 206명으로 급감했다.

현재 경북에는 모두 4대의 암행순찰차가 운영되고 있다. 주로 난폭·보복운전, 이륜차 무질서 운행 등 교통법규 위반이 잦은 장소와 순찰차와 무인단속 장비가 없는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단속활동을 펼친다.

경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단속보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언제든지 적발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높여 시민들의 자발적인 안전운전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라며 “안전 운전 문화 정착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암행순찰차’가 교통법규 준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선린대학교 홍승철 교수는 “위반 행위에 대해 전부 무관용의 원칙으로 단속하는 것보다 방향지시등 위반과 같은 가벼운 교통 범죄에 대해서는 한 번쯤 경고 조치를 하는 게, 국민의 교통준법정신 함양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만일 2회 이상 적발 시 경미한 사항도 스티커를 발부하는 등 암행순찰이 단속보다는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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