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학 주

바다는 딴 색으로 잔잔해져 있었습니다

마을은 바다 건너에서 잔광을 받고

야생화들이 흙길 끝까지 가서

진흙수렁마저 향기였습니다

나는 자전거 위에서 길을 돌아보았습니다

꽃대가 떨리고 있는 꽃들의 목 근처를

하루살이가 비행하고 있었지요

아주 입술이 마른 생명이

여러 바다를 건너와 있었습니다

구름이 몸통을 흙에 묻힌 석상처럼

바다 끝에 쓰러져 있을 때

그리고

바다 옆에 연못이 있었습니다

갈대를 전문으로 키우고 있었지요

갈대밭에 연못이 들어간 것같이

하루살이 안에 갈대가

들어찬 것같이

나 몹시도 괴로웠습니다

내 눈에 젖은 것이 혹,

당신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인은 여러 바다를 건너와 닿은 이국 땅의 평화로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시선 끝에 이뤄진 장면들에는 쓸쓸한 아름다움이 묻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낯선 이국의 경치들에서 느끼는 신산한 생명의 여정들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비유하는 인상주의적 시가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