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인<br>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
문가인
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

내가 심리학을 공부하기 이전에는 우울, 불안,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전혀 없어야만 좋은 것으로 생각한 적이 있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이런 부정적인 감정도 인간의 적응에 필요해서 우리 내면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몸도 환경에 맞게 적응해가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적응에 도움이 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공황증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담센터에 와서 공황을 호소하는 내담자들은 우울, 불안, 분노를 호소하는 내담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빈도가 낮다. 그것은 아마도 약물치료를 좀 더 선호해서일 수도 있고, 처음엔 신체질환으로 오인해서일 수도 있다. 가슴의 답답함이나 통증, 심장박동의 빨라짐, 손발의 떨림, 질식할 것 같은 느낌, 죽을 것 같은 공포 등 심한 불안과 관련된 증상이 4개 이상이고, 이런 강렬한 불안을 한번 겪은 뒤 또 겪을까 봐 두려워하고 회피하면 공황장애로 진단된다.

공황증상, 즉 불안이 심한 사람들은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하고, 신체적 이상으로 오해하여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공황(panic)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도 그렇고, 원인도 알 수 없으며, 갑자기 증상이 왔다가 사라지기에 본인이나 보호자들도 이런 공황 증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며 당황할 수 있다.

나의 심리상담 경험을 돌아보면 공황 증상과 관련해서 두 명의 내담자가 떠오른다.

상담경험이 별로 없었던 시절에 만난 분과 최근에 만난 분이다. 초보 심리상담사 시절에는 공황 증상을 호소하는 내담자를 만났을 때, 그에게 심리학 교재에서 배운 대로 명상을 적용해 보았다. 그렇지만 그 내담자는 불안과 공포가 심한 상태로 대화하는 것조차 힘들어하여 명상도 잘 통하지 않았다.

최근에 만난 분은 최면기법을 적용했다. 그녀는 이성과의 이별 이후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가빠지고 쓰러지게 되면서 응급실에 실려 갔다. 병원에서는 신체적인 이상이 없다고 해서 정신과의 약물치료 이후 나를 찾아왔다.

그녀는 나중에 회복되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갔는데, 그녀의 갑작스러운 공황의 원인은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와 관련이 있었다. 어린 시절 그녀의 부모는 맞벌이했고 할머니 손에서 성장했다. 착하게 행동해야 부모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믿고 할머니와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잘 표출하지 못하고 참고 또 참았다. 부모가 오면 방긋방긋 웃다가 부모가 가면 다락방에서 숨어서 혼자 숨죽여서 울었다고 한다. 그것이 그녀가 성인이 되어서 공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공황, 그것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적응기제인 불안 증상의 하나로, 심해지고 오래 지속되면 마음의 도둑이 될 수도 있다. 마음의 빗장을 열어 원인을 알아차리고, 감정을 표현하고,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면 치료될 수 있다.

공황으로 힘들어하는 그대여!

마음속 깊은 속에서 당신의 내면 아이가 울고 있다. 그 아이를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위로해 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