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 겨우 갚고 모은 돈으로 조합 가입했는데
1천여 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 산산조각 나야 하나”
30대 직장인, 전·현직 기초의원 등 지주들 행태에 분통

공적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LH 땅투기 의혹 사태’로 전 국민이 큰 상실감을 느끼며 실의에 빠져 있는 가운데, 구미의 한 중견기업 다니는 30대 직장인이 “내 집 마련에 희망을 갖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서 시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구미 중앙숲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인 A씨(34)는 15일 본지 취재기자를 찾아와 일부 지주들의 무리한 토지 보상요구로 사업 차질<본지 15일자 4면>을 빚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내 집 마련의 꿈이 무너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어릴 적부터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구지역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구미에 있는 중견기업에서 관리직으로 근무 중”이라고 했다. 취업한 뒤로는 급여를 받아 학자금 대출을 갚는 데 집중했고, 전부 상환한 후론 내집 마련을 위해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2009년 중앙숲 지역주택조합에 총 4천400만원을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당시 주위에 “두 번이나 사업이 무산된 곳이니 조합원에 가입하면 안 된다”며 만류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결혼을 약속한 사람과의 미래를 위해선 경제적 여건이 현실적으로 지역주택조합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중앙숲 지역주택조합이 지난해 11월 지구단위계획 결정에 이어 최근에는 구미시에 주택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만 해도 약혼자와 입주 시기에 맞춰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는 등 내집에서 행복한 신혼 생활을 꿈꾸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일부 지주들이 터무니없는 보상가를 요구하고 있어 자칫 사업이 또다시 무산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들 가운데 전·현직 기초의원들이 포함돼 있다는 소식에 더욱 절망했다.

A씨는 “지역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을 짓밟으면서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고 있는데, 왜 아무도 나서서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더욱이 그는 그런 의심을 받는 시의원이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LH 땅 투기 의혹사태로 인해 특권적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는 불공정에 대해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발언하는 모습을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중앙숲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조합원이 모두 1천50명이다. 이들 한 명 한 명이 구미시민이고, 내집 마련의 꿈을 가진 서민들이다. 제발 서민들의 꿈을 짓밟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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