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장기면에 위치한 조선 때 석굴
흥미로운 이야기 가진 문화유적 불구
나무와 흙으로 뒤덮인 채 방치돼 있어
향토사학자 황인 “장기읍성·고석사 등
일대 역사문화자원과 엮어 활용해야”
포항시 남구 장기면 임중리 산 15-2번지에 있는, 문화재 가치가 높은 역사문화유적인 조선시대 석굴이 방치되고 있어 관심이 요구된다.
포항 향토사학자 황인 씨에 따르면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진 불교문화 자연 석굴인 ‘국구암’이 주변의 나무와 흙으로 뒤덮인 채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국굴암 또는 국승암이라고도 불리는 국구암은 ‘쌀 바위 전설’이라는 신기한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임진왜란 때 마미라는 수도승이 난을 피해 이 석굴에서 수도를 했는데 석굴의 천장 틈에서 매일 매끼 식사량만큼만 떨어지는 쌀을 먹고 살다가, 친구 승려가 한 명 더 오는 바람에 끼니 걱정에 쌀이 더 나오리라 생각하고 지팡이로 구멍을 넓혔더니 쌀은 나오지 않고 물만 나왔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또 석굴 안에는 불상을 모시는 ‘감실’의 흔적이 여러 곳에서 발견돼 마치 경주 석굴암의 감실을 연상케 해 문화재적 가치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V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 방송되는 등 한때 유명세를 탔지만, 오랫동안 방치되는 바람에 토사로 동굴 입구가 막혔고, 대나무와 잡목으로 길 자체가 없어졌던 것을 마을 주민들의 협조를 받아 몇 차례의 답사로 겨우 흔적을 찾게 됐다.
현재 이곳은 포스코 쇠터얼 문화재 돌봄 봉사단의 지원으로 굴 안이 조금 보이긴 하는데 아직 사람이 들어가서 활동하기는 어려운 상태여서 유물로서의 가치를 훼손당한 상태로 내버려져 있다.
향토사학자 황인 씨는 “지금도 석굴 안에는 수도승이 도를 닦은 흔적이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일월향지’나 ‘영일군사’등에 기록된 포항의 소중한 문화유적인 이곳이 옛날처럼 주민들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도록 제 모습을 찾아야 한다”면서 “시와 시민의 많은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구암 가는 길에 있는 임중 역곡 못(조선시대 봉산 역이 있었던 장소)에 둘레 길과 정자를 만들어서 문화·역사 도시 이미지를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인 씨는 특히 “장기읍성이나 고석사, 유배문화촌 등 일대에 있는 각종 역사문화자원이 산재한 만큼, 복원으로만 그칠 게 아니라 탐방코스로 연계하면 관심과 애착이 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