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속보입니다. 학생 여러분은 지금 바로….”

갑작스러운 속보 소식에 제일 놀란 것은 필자이다. 산자연중학교 방송반 학생들은 하루에 3회 정기방송을 한다. 방송 시간은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시간부터 그다음 수업 시작 예비 종이 울릴 때까지이다. 요일별로 특집 방송 프로그램은 있지만, 속보는 한 번도 없었다.

필자는 교무실에서 아침 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속보 소식에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방송에 온전히 귀를 기울였다. 뭔가에 그렇게 집중하기는 오랜만이었다. 방송반이 활동을 시작하고 처음 있는 일이라 궁금하기도 했지만, 걱정이 앞섰다. 왜냐면 산자연중학교 방송은 학교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에 나가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방송사고라도 나면, 마을 어르신들께서 놀라실 수도 있어 방송반 학생들은 방송 때마다 어휘 하나에도 몹시 신경을 쓴다.

그런 방송반에서 예고도 없이 속보를 내보낼 때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걱정은 조금씩 기대로 변했다. 속보답게 진행 학생 멘트는 빨랐다. 빠르기로 보아서 방송 대본에 없는 것이 분명했다. 그 빠르기에 따라 필자의 기대감도 덩달아 상승했다.

“지금 하늘에 무지개 폈습니다. 학생 여러분은 지금 바로 바깥으로 나가서 무지개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여유를 가져 주세요. 무지개가 핀 곳은 방송실 바로 위입니다.”

진행자의 안내에 학생들이 분주해졌다. 분주한 건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놀란 건 며칠간 비 소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탄성을 지었다. 그 탄성 소리에 지나가던 왜가리가 잠시 날갯짓을 잊었다.

분명 무지개였다. 비가 없는 하늘에 무지개가 뜰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선생님, 무지개가 왕관처럼 원을 그리고 있어요. 어떻게 저런 모양이 나올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비도 안 왔는데, 무지개가 생기는 이유가 뭔가요?” 학생 말대로 하늘에 뜬 무지개는 필자가 알던 아치 모양이 아니었다. 반(半)이 생략된 분명한 반원(半圓)이었다. 반원 모양의 무지개는 처음 보았다. 그래서 학생보다 더 빨리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모든 지식과 상식을 동원해도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얘들아, 선생님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럼 선생님과 함께 그 원인을 한 번 찾아볼까!”

학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학생들과 함께 교무실로 왔다. 필자는 필자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다 내어주었다. 학생들은 스스로 역할 분담해 일사천리로 답을 찾았다.

“유레카. 일반 무지개가 물에 반사된 것이라면, 우리가 본 것은 얼음에 반사된 거래요.”

필자에게 스스로 깨우친 것을 쏟아내는 학생들의 모습은 아르키메데스를 능가하였다. 필자는 발견의 기쁨을 터득한 그들이 자랑스러웠다. 그들을 보면서 필자는 또 다른 속보를 기다렸다. “의미도 없는 학교 시험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