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살 할아버지와 스물셋 청년
‘발레’ 통해 세대 간 단절 뛰어넘어
장르물 일색 드라마 시장 새 바람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 /tvN 제공
일흔 살 할아버지의 손끝과 발끝에 시선은 고정한 채 그와 함께 숨을 멈췄다가 내쉰다.

그 흔한 피도 칼도 등장하지 않지만, 시청자들에게 몰입감을 주는 작품이 등장했다.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의 이야기다.

공통점이라고는 발레에 대한 열정뿐인 일흔 살 심덕출(박인환 분)과 스물셋 이채록(송강)의 성장을 그린 ‘나빌레라’는 자극적인 드라마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요즘, 따뜻한 시선으로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

살인과 범죄 등으로 점철된 장르극 사이에서 감동 코드를 내세운 이 작품은 시청률과 화제성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지만, 드라마 시장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12일 “‘나빌레라’처럼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작품은 드라마의 균형을 지키면서 다양성의 한 축을 만들어가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휴먼드라마라는 장르적 특성을 바탕으로 세대 갈등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덕출은 인턴에게 자신의 대학원 논문 번역까지 떠맡기다 최종 심사에서 낮은 점수를 준 레스토랑 점장을 향해 일침을 놓는다.

“저는요. 요즘 애들한테 해줄 말이 없어요. 미안해서요. 열심히 살면 된다고 가르쳤는데 이 세상이 안 그래. 당신 같은 사람이 자리 꿰차고 앉아있으니까. 응원은 못 해줄망정 밟지는 말아야지. 부끄러운 줄 알아요!”

이런 덕출의 모습에서 우리는 교조적 혹은 시혜적 태도가 아닌 청춘들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고 앞날을 응원하는 지금 시대에 필요한 어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나빌레라’는 발레를 통해 세대 단절을 뛰어넘는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소통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덕출과 채록 외에도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생각들을 차분하고 자연스럽게 풀어낸다는 점도 돋보인다. 은호(홍승희)의 새로운 꿈 찾기, 은정(김애란)의 경력단절 극복 과정에도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이유다.

공희정 평론가는 “편안하게 웃고 공감하며 인생을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 필요했다”며 “완벽하지 않더라도 꿈을 가진 인물들이 한 번쯤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