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 근

물 위로 꽃 한 송이 피어난다

나 오래 물의 자리에 내려앉고 싶었다

더 깊이 가라앉아

꽃의 뿌리에 닿도록

아픈 몸이여, 흘러라

나 있던 본디 자리로

오래 전 신병으로 우리 곁을 떠난 시인의 생에 대한 맑고 깨끗한 희망과 신념에 찬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이 희망하는 곳은 물처럼 투명하고 깊은, 아픈 몸으로도 가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절망과 외로움과 고통의 몸으로 더러움과 어두움을 몰아내려는 생에 대한 강한 애착과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