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순 자
아빠 제가 기타를 쳐요
파도 자락을 손가락으로 튕겨요
햇살로 연주할 때도 있어요
물고기들이 제 연주에 맞춰서
춤을 추고 있어요
물고기 친구들이 꼬리지느러미로
손뼉을 쳐요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고
번져나가요
물안개가 피고
물미역이 일렁이며
물바람으로 환호해줘요
아빠 힘내세요
저는 언제나 아빠편이에요
아빠 사랑해요
몇 해 전 수많은 어린 생명이 죽어간 세월호의 아픔을 편지 형식을 빌려 쓴 작품이다. 수장된 아이가 환생해 기타를 치는 모습은 더 깊은 비극의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아빠의 슬픔과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한 분노가 시의 안팎에 시린 물결처럼 밀려옴을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