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월문화원 인문학강사 이범교 교수
포항·경주 등 지역민 인문학적 목마름 달래기 위해
2011년 포항에 ‘일월문화원’ 설립 왕성한 강의활동

일월문화원 인문학강사 이범교 교수.
“인문학 강좌의 주제는 희생과 봉사 정신입니다. 실제 인문학 속에 녹아 있는 핵심적인 부분이지요. 제가 강사료를 일절 받지 않는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입니다. 스스로 직접 몸으로 실천해야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하지요.”

인문학 강사로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범교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는 2011년 포항에 ‘일월문화원’을 설립해 인문학 강좌를 개설한 이래 현재까지 꾸준히 운영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포항 ‘일월문화원’ 말고도 경주, 울산, 서울 등에서 왕성한 인문학 강의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지구촌 시대에 더욱 절실한 한국 전통문화와 그 원리에 대한 이해를 확산해 한국인의 정체성 확보와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이 교수를 20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분야의 인문학 강의를 하나?

△현재 고정적으로 강좌를 하는 곳은 포항 ‘일월문화원’, 경주 ‘문화와 사람들’, 울산 ‘울산문화아카데미’, 서울 ‘서울문화아카데미’ 등 4개 지역이다. 특히 사단법인 일월문화원에 속해 있는 ‘포항일월문화 아카데미’의 강의를 전담하고 있으며 경주, 울산, 서울 등을 오가면서 강의를 한다. 강의 주제는 역사, 문화,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내용도 다루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경제 현황 및 코로나 19에 관하여 유튜브 영상으로 강의했다.

-일월문화원은 어떤 단체인가?

△포항의 많은 사람이 역사, 문화 등의 인문학에 관심이 있지만 실제로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포항지역 시민의 인문학적 목마름을 달랠 수 있는 문화단체로 만들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서 2011년 일월문화원 내에 ‘일월문화 아카데미’ 과정을 개설하여 인문학 강좌를 시작했다. 매주 수요일 저녁 200여 명의 성인이 인문학 강의를 듣기 위해 앉아있는 장면을 볼 때는 가슴이 뛴다. 강의의 절반 정도는 전국의 유명강사를 초빙하여 특강으로 진행한다. 둘째, 넷째 토요일에는 직접 유적지를 찾아가는 문화 답사와 포항시민 참여를 위한 문화 기행 및 해외 답사를 한다.

-어떻게 인문학 강의를 시작하게 됐나?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인재개발원 기술교육팀장으로 근무했다. 대학 재학 때 사서삼경과 불교, 법률, 경제학 서적 등을 탐독하는 등 인문·사회과학에 심취했었다. 대학 진학 후 전공을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학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대학 졸업 후 회사에 다니면서도 경주박물관 및 포항 주변의 유적지를 꾸준하게 탐방하며 연구했다. 그러다가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욕망이 커져서 40대 중반에 과감하게 사표를 내게 되었다. 어쩌면 겁이 없었다는 생각도 든다.

-퇴직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뭔가?

△2001년 경주박물관의 삼국유사 강좌에 등록해 공부하며 책을 쓰기 시작했다. 박물관이나 현장답사 가는 날 빼고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집필에 몰두했다. 그렇게 삼국유사(三國遺事)를 공부하여 2004년 두 권짜리 <삼국유사의 종합적 해석>(민족사)을 출간했다. 공학도 출신의 무명의 필자가 삼국유사 해설서를 펴낸다는 것 자체가 획기적이었다. 불교 서적을 많이 내는 민족사의 윤재승 대표는 출신 성분도 묻지 않은 채 원고만 보고 출판을 승낙했다. 현재 4쇄까지 찍을 정도로 독자층이 형성돼 있다. 삼국유사와 관련된 2천여 편의 논문과 수많은 단행본을 해석하고, 저명 학자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편집해 저자의 주관적 판단을 최소화하며 종합적 해석을 담은 결정판이다.

-밀교에 관한 책을 쓰셨던데 밀교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밀교(密敎)는 최후의 대승불교다. 밀교는 700년대 초에 인도에서 중국으로 들어와 750년 무렵 신라까지 전해졌다. 1947년 손규상 선생이 밀교 종파인 진각종을 만들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공부를 하면 신도들이 도망치기 때문에 쉽게 그림으로 푼 것이 만다라다. 만다라는 중론과 유식론을 합쳐 놓은 것이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 진언도 밀교에서 나온 경전이다. ‘밀교와 한국의 문화유적’이란 책은 3~4세기에 관념적인 한문 중심이었던 대승불교를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재구성한 <밀교>의 해설서이다. 어려운 밀교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도표, 그림, 사진을 최대한 활용했다.

-코로나19 시대에 강의는 어떻게 하고 있나?

△코로나 이전에는 일월문화아카데미에서 매주 수요일 200여 명의 성인이 모여 인문학 강의를 들었다. 그런데 작년에 250여 명의 수강생을 모집해 놓고 지금까지 대면 강의가 중단된 상태이다. 그래서 작년 하반기부터 유튜브를 통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의 특성상 아무나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좋지만 대면 강의에서의 열정을 느낄 수 없어 아쉽다. 빨리 코로나19가 끝나서 현장 강의와 문화 답사를 함께 다니며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많은 사람이 인문학이 실생활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하고 의구심을 갖는다. 다시 말하면 인문학이 먹고사는 데 무슨 도움을 주는가에 대한 답을 정확히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은 인문학과 경제, 국제 문제 등을 결합하여 강의하고자 한다. 또 하나의 바람은 제가 지난 10년간 강의해왔으나, 계속해서 강의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누군가가 이어주어야만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것은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남들을 위한 희생과 봉사의 정신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분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