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통주 연구가 신수정
2006년 첫발 술 양조학 박사 학위… 지역 전통주 사랑방 ‘청목주가’ 신축 진행

신수정 전통주 연구가
신수정 전통주 연구가는 지역에서 몇 안 되는 술 양조학 박사다. 신 박사는 요리와 전통주 강사 두 가지를 하다가 전통주 매력에 빠져 전통주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일을 선택해 전문 강사로 살고 있다.

전통주란 그 땅에서 자란 곡물과 누룩, 물만을 이용해 만드는 술을 말한다. 예로부터 가문과 지역마다 특유의 맛과 향을 가진 다양한 전통주가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소주나 맥주 등에 밀려나 전통주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별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 박사는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전통주를 만들고 시민들에게 그 비법을 전수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전통주 대중화의 꿈’을 소박하게 간직하고 있는 신 박사를 14일 만나 전통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통주와의 인연은 언제부터였는지.

△가르치고 배우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공대 졸업 후 줄곧 수학 과외를 했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배움에 대한 열망을 채웠다. 그중에 요리는 친정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 가장 관심이 많았던 분야였고, 다도, 마술, 아동 요리, 드론, 웃음치료사 등은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 가운데 저의 천직이 된 것은 요리와 전통주였다. 요리는 작년까지 포항시 평생학습원, 이마트 등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전통주와 병행을 하자니 너무 바쁘고 삶에 여유가 없어졌다. 그래서 요리 강의를 포기하고 전통주에 좀 더 집중하고자 하고 있다.

전통주와의 인연은 차(茶)에서 시작됐다. 남편이 다구(茶具)에 관심이 많았고, 그 영향으로 저도 다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때 대구에서 전통주를 빚는 선생님과 인연이 닿았다. 배움에 대한 열정은 전통주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했고, 그 후로 저의 전통주 인생은 시작됐다. 그때가 2006년 즈음이었으니까 벌써 15년이 되었다.

-전통주 배우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는데.

△전주술박물관에서 전통주 전문강의가 있어서 매주 포항에서 전주까지 6개월을 다녔다. 거기서 전통주 기초과정과 심화 과정을 수료했고, 2008년 국선생선발대회에서 본상을 수상하여 전통주 빚기 실력도 인정받았다. 그 후 서울에 있는 박록담 소장이 운영하던 한국전통주연구소에서 전문가과정과 강사과정을 수료했다. 매주 서울을 오가며 전통주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견뎠던 힘든 시간이었다. 이를 계기로 포항에서 처음으로 연일읍 유강에서 청목전통주연구소를 시작하였다. 전통주를 배우긴 했지만 전주술박물관이나 한국전통주연구소가 정식 교육기관이 아니어서 학문적 욕구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대학원 진학을 했지만 양조학을 가르치는 대학을 찾을 수가 없었다. 수소문 끝에 찾아간 곳이 충주술박물관을 운영하면서 영남대에서 양조 관련 강의를 하시던 이종기 교수님이었다. 그분을 찾아가 영남대 대학원에 입학했고,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 이후에 우리나라 맥주 관련 최고 권위자이신 정철 교수님이 재직하셨던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에 진학하여 ‘복분자증류주의 양조적성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전통주의 종류와 만드는 과정을 소개한다면.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집집마다 술을 빚어 제사도 지내고 손님도 대접해 왔는데, 이러한 문화를 가양주(家釀酒) 문화라고 한다.

전통 가양주는 한국인들이 주식과 부식으로 삼는 곡식과 천연발효제인 누룩과 물을 원료로 하여 일체의 화학적 첨가물이 없이 빚어진다. 달콤한 맛이 주가 되어 여기에 신맛, 매운맛, 떫은맛이 조화를 이룬 미묘한 감칠맛이 난다. 전통주는 크게 청주와 증류주, 탁주로 나누어진다. 일반적인 술빚는 순서는 누룩의 법제 → 쌀 백세 → 항아리 소독 및 도구 소독 → 고두밥 찌기 → 차게 식힌 고두밥과 누룩의 혼화 → 술독에 담고 주 발효시키기 → 냉각 → 서늘한 곳에서 후 발효시키기의 과정을 거쳐서 술이 된다. 이렇게 술을 빚어 먹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대략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성을 다해 술을 빚고, 술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한 모금의 술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 지역과 관련된 전통주를 개발한다면.

△지역마다 그 지역 특색을 살린 전통주들이 개발되고 또 시판도 되고 있다. 한때는 포항지역을 대표하는 부추나 시금치 등을 활용한 전통주 개발을 계획도 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부추꽃이나 부추 씨앗을 이용한 전통주를 만들어 보려고 연구 중이다.

-전통주 강의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나.

△2010년 즈음 청목전통주연구소를 개소한 때부터 일반인들에게 전통주를 교육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여 강좌가 크게 전통주와 수제 맥주로 나뉘어 있다. 초급반은 전통주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며, 누구든지 가정에서 손쉽게 빚어 먹을 수 있도록 실기 위주의 지도를 하고 있다. 초급반에서는 전통주의 문화적 가치 및 누룩 만들기, 부의주 및 송순주 빚기를 한다. 심화반은 초급반을 수료하고 가양주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양조기술을 터득함으로써 다양한 고급 가양주를 빚을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외에도 전문가반을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는 좀 더 빚기 어려운 술을 선정해 전문적인 술빚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특히, 창업 등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 수강한다. 실제로 직접 창업을 한 사례도 있다. 수강생은 각 과정별 3~5명으로 편성해 집중 지도를 한다.

-포부 및 앞으로의 계획은.

△포항시 북구 여남동에 포항지역 전통주 사랑방이 될 공간 ‘청목주가’를 신축하고 있다. 이곳에서 술도 빚고, 전통주도 마시며 우리나라 전통주의 발전과 보존을 위한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 놓을 생각이다. 제가 깔아 놓을 이 멍석에 우리 지역의 전통주 애호가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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