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두 석

산길 가다가 좋은 꽃밭 만나면

살살이꽃이 어디에 숨어 있나

숨살이꽃이 어디에 숨어 있나

두리번거리는 버릇이 있다

마치 산삼 찾는 심마니처럼

(….)

사진으로는 찍을 수 없고

늙은 무녀의 목쉰 노래로

귓가에 맴돌며 피는 꽃

상처에 문지르면 살이 돋아 살살이꽃

가슴에 문지르면 숨이 트여 숨살이꽃

산길 가다가 그윽한 꽃내음 맡으면

향내가 숨결에 스미고

핏속에 번지는 느낌이 좋아

잠시나마 그 꽃을 두고 살살이꽃 혹은

숨살이꽃이라 여기기도 한다

시인이 말하는 살살이꽃, 숨살이꽃은 현실에 존재하는 꽃이 아니다. 바리데기 설화에 나오는 꽃으로 상처에 문지르면 살이 돋아나고 가슴에 문지르면 숨이 트여온다는 꽃으로 시인이 평생 염원하는 그 어떤 가치이며 어쩌면 그의 가슴에서 스며 나오는 시 한 편이 그런 꽃인지 모른다. 시인은 산행하면서 지상에 없는 고귀한 가치를 떠올리며 시업에 정진하리라는 다짐을 해보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