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태 일

햇살이

햇살이 데리고 왔다

버드나무 가로수로 왔다

귓불에 처진 금귀고리와

바람이 닦은 주름 얼굴

서쪽 1400킬로미터

헙뜨 산골에서 입고 온 두루마기는 빛깔도 푸른데

돌아서서 우는 손녀

쥐여준 종이돈이

슬픔을 굴린 듯 둥글다

이제 첫 학기 시작하면

네 해 동안 만나지 못할 할머니

그새 뜨실지 모를 할머닐

햇살 사이로 만나

두 발 폭폭 빠지는 노을 속으로

찰랑거리는 땅금

큰 키 손녀와 함께

몽골의 흡뜨라는 산골에서 손녀에게 용돈을 주기 위해 1천400㎞나 달려온 할머니와 손녀의 이별 장면을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할머니와 손녀가 한 집에서 모여 살던 풍경은 아쉽게도 이별의 풍경이 되고 만다. 언제 다시 만날지, 어쩌면 그 사이에 할머니는 이승의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슴 아픈 이별의 장면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