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잇따른 ‘친노동·반기업’ 입법의 여파로 국내 산업생태계 및 기업경영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험신호가 나타났다.

벤처기업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공동 발표한 ‘최근 기업규제 강화에 대한 기업인 인식조사’에 따르면, 5곳 중 1곳이 사업장 해외 이전을 검토 중이고 고용축소 등 방어적 경영을 고려하는 기업이 절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걷잡기 힘든 산업기반 균열의 참사마저 우려되는 시점이다.

조사 응답 기업 230개사의 69.5%인 160개사가 최근 정부와 국회의 기업규제 강화에 ‘매우 불만’(44.3%), ‘불만’(25.2%)이라고 답했다. ‘국내 고용축소’(37.3%)에 이어 ‘국내 투자 축소’(27.2%), ‘국내 사업장(공장·법인 등)의 해외 이전’(21.8%) 등의 소극적 경영 고려 응답은 모두 86.3%에 달했다.

산업규제의 강도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77.3%가 ‘매우 강하다’(43.0%) 또는 ‘강하다’(34.3%)고 답했다.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는 1순위 ‘노동 관련 규제’(39.4%), 2순위 ‘세제 관련 규제’(20.4%), 3순위 ‘상법·공정거래법상 기업 규모별 차별규제’(13.4%) 등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현상은 현 정부 들어 급등한 최저임금, 획일적 주 52시간제, 대폭 강화된 환경·안전규제, 법인세율 인상,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와 친노조 일변도 정책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기업규제 3법과 올 초 중대재해법 등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최근에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와 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 비준동의안도 통과시켰다.

이 법안들은 언젠가는 검토해야 할 입법들일 것이다. 그러나 하필이면 코로나19의 재앙이 덮친 시점에 이런 교각살우(矯角殺牛)의 모험을 꼭 강행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재앙이 수그러들고 세계가 무한경쟁을 벌일 때 우리 산업계는 과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가 걱정의 요체다. 지금 이렇게 정략적 목적으로 기업을 마구 때려도 괜찮은지 면밀하게 살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