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
김승희 지음·난다 펴냄
산문집·1만4천원
1973년 등단한 이래로 부단히도 삶과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던져온 저자가 이번에는 자신이 개척해온 넓고 깊은 작품세계의 지층을 이루는 고전 52권의 책장을 한 장씩 넘겨 보인다.
총 다섯 부로 구성된 이 책은 현대문명의 다섯 가지 그림자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군상을 다루고 있다.
1부는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윌리엄 사로얀의 ‘인간희극’ 등 타락한 세상 속에서 순수함을 지켜나가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2부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콜린 매컬로의 ‘가시나무새’등 파멸하면서 사랑하는, 그리고 사랑하면서 파멸하는 과정을 다룬 강렬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3부는 존 업다이크의 ‘달려라, 토끼’, 아베 고보의 ‘불타버린 지도’, 외젠 이오네스코의 ‘무소’ 등을 통해 현대사회에 대한 환멸과 도구화된 인간의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발버둥을 그리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