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자 란

그가 올 수 없다면

움직일 수 없는 내가 가야지

대지에 뿌리내린 꽃일 망정

나는 날개를 가진 너를 포획하리라

나비야,

내 모든 고통의 무게를 지양하는

마다가스카르나비야

눈물로 응집된 가슴의 꿀을 파먹고

일말의 연민도 없이 떠나버린

네가 올 수 없다면

대지에 단단히 발 묶인

내가 가리라

향기로 만든 덫을

온갖 바람에 실어 보내며

은밀한 봄밤엔

너를 기다리리라

릴리향의 어지러운 덫에

마술처럼 걸려든 너를

포획하리라

시인은 나비 사냥꾼을 꽃으로 설정하고 있다. 릴리향 같은 꽃의 향기는 자유로운 나비를 꼼짝없이 사로잡게 된다는 것이다. 날개를 가진 나비는 자유로운 영혼을 의미하는데 대지에 뿌리 박은 꽃의 향기가 나비를 사로잡는 사냥꾼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시 세계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