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꿈틀로 ‘뮤직 테라피’의 젊은 두 음악인 김명진·윤관

청춘의 자신감과 모험의식으로 음악이라는 세계에 뛰어든 젊은 뮤지션 김명진(우)과 윤관.
청춘의 자신감과 모험의식으로 음악이라는 세계에 뛰어든 젊은 뮤지션 김명진(우)과 윤관.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벽과 바닥엔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묻어 있다. 두 청년이 입은 옷도 얼핏 보기에 비싼 건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밝고 환하다. 꿈이 있기에 가질 수 있는 미소다. 월세가 15만 원이라는 포항 꿈틀로의 허름한 ‘뮤직 테라피(Music Therapy·음악을 통한 치유)’ 작업실. 하지만 거기선 15억 원, 아니 150억 원의 원대한 꿈이 움트고 있다.

김명진(29)과 윤관(28)은 그럴듯한 학력도, 사회적·문화적 배경도 갖추지 못한 젊은 뮤지션이다. 그럼에도 자긍심과 자존심은 어지간한 유명 음악인도 흉내 내기 어려울 정도로 단단하고 높다.

지금은 수조 원의 재산을 가진 세계 최고 부자이자 유명인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의 꿈이 시작된 곳도 버려진 낡은 창고였다.

한때 전 세계 청춘들의 심장을 들었다 놓았다했던 불세출의 영국 밴드 ‘비틀스’ 역시 그 출발은 항구도시 리버풀의 조그만 선술집 무대였다.

 

음악은 인간을 상상 속으로 이끌어준다. 또한 일상을 사는 소시민들에게 ‘ 저 너머 세계’ 를 꿈꾸게 해준다. 또한 음악은 세상과 우리를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해준다고 믿는다. 노래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그 열망이 우리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미리부터 몸을 사리며 안전한 주식을 사서 안정적인 미래를 꿈꾸는 건 예나 지금이나 청춘의 몫이 아니다.

무릇 스스로를 젊은이라고 믿는다면 불안정한 앞날을 두려워하지 않고 거친 바다로 위험한 항해를 떠날 용기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바로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왔다.

음악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고, 그 힘으로 노래를 만들어 세상 사람들을 위무하고 싶은 청년 김명진과 윤관. 그들이 노래한다.

지나칠 수 있는 거리지만

알게 되면 내가 보일 거야

거리의 노래가 들릴 거야…

-뮤직 테라피의 ‘꿈틀로’ 중에서

김명진과 윤관의 노래를 듣다보니 그들의 삶도 궁금해졌다. 그럴 때는 만나야 한다. 청춘을 만난다는 건 청춘의 에너지를 선물 받는 것이기도 하기에. 아래는 오래 지속될 ‘젊음의 힘’을 간직한 두 사람의 이야기다.

-먼저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둘 모두 포항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다. 우리는 체계적으로 음악을 공부한 적이 없다. 대학도 다니지 않았다. 그랬기에 스승이 없다. 하지만, 무엇이건 진정으로 좋아한다면 독학도 가능하지 않은가?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한 시기는.

△10대 때다. 그때 이미 ‘나중에 우리가 크면 함께 음악을 하자’고 약속했다. 의기투합한 것이다. 하지만 생활인으로 살다보니 약속의 실현이 늦어졌다. 더 늦어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난해 5월 꿈틀로에 조그만 작업실을 얻었다.

-음악하면서 밥을 번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이다. 음악 활동만으로 좋은 자동차 사고, 좋은 집을 산다는 건 소수 뮤지션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우리도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 막노동, 부동산 영업, 전단지 배포, 어린이 대상 관광가이드, 조선소 근무, 심지어 포항 도구에서 말똥 치우는 일도 했다. 농담처럼 그렇게 말한다. 도둑질 빼곤 다 해봤다고.(웃음)

-꿈틀로에 정착한 과정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윤관) 고등학교 때부터 영일대해수욕장에서 2년간 거리공연을 했다. 노래 연습을 위해 명진이와 1주일에 7번, 그러니까 매일 노래방에 가서 영업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노래를 불렀다. 제대로 된 연습실을 빌릴 처지가 되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음악이 좋았다.

△(김명진) 서울에서 영업 일을 하고 있을 때 CCM(기독교 정신을 담아낸 대중음악) 콘테스트에서 작곡 부문 2위를 했다. 잊었던 약속과 꿈이 떠올랐다. 부랴부랴 하던 일을 정리하고 포항으로 내려와 작업실을 계약했다. 이제 9개월이 됐다.

-지방자치단체나 문화재단 차원에서 어떤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가.

△음악인들이 조금 나은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녹음실을 갖춘 스튜디오를 만들어 저렴하게 대여해주면 좋겠다. 그런 시스템이 우리 같이 가난한 뮤지션들의 의욕을 북돋아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포항만 해도 학원 운영이나 막노동,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 일 등을 하며 음악과의 인연을 놓지 않고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꿈틀로 일대 상인들의 삶을 노래에 담고 있다고 들었다.

△발라드 등의 기존 장르를 답습하기보단 우리만의 음악을 해보자는 뜻이 강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그걸 노래로 만드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현재까지 10명 이상 사람들의 인생이 우리 손에서 음악으로 탄생했다. 이를 알게 된 포항문화재단이 ‘꿈틀로 상인들의 삶을 노래로 제작해보면 어떻겠냐’는 요청을 해왔고 이에 응했다.

 

십대 시절 ‘음악의 꿈’ 약속 지킨

20대 포항 토박이 뮤지션 친구들

버스커로, 영업사원으로 꿈 키워오다

지난해 작업실 마련하며 의기투합

꿈틀로 일대 상인 삶 노래로 만들며

힘든 일상 어루만져주는 ‘뮤직 러버’로

“지자체서 녹음실 갖춘 스튜디오 만들어

음악인들에 저렴하게 대여해줬으면…”

-노래로 만든 꿈틀로 상인의 인생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더 신촌스 덮죽’ 주인 아주머니의 사연이다. 그 아주머니는 음식에 관해서라면 엄청난 연습벌레이자 공부벌레다. 자신이 원하는 맛이 나올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손님인데, 그들을 위해 시간과 땀을 아끼지 않는 게 뭐 어려운가?’라는 생각을 가진 분이다. 그 성실함과 열정을 보면서 우리도 많은 것을 느꼈다. 우리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도 그래야하지 않겠나?

-좋아하는 뮤지션은 누군가.

△(김명진) 가수보다는 작곡가를 좋아한다. ‘테디’와 ‘블랙아이드 필승’은 현재 한국의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목하고 있다.

△(윤관) 어릴 때부터 김광석을 좋아했다. 그의 담담하고도 슬픈 서정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김광석 노래 부르는 것도 즐긴다. 그의 전달력과 표현력은 정말이지 최고다.

-당신들이 지향하는 음악은.

△음악 그 자체가 우리 지향점이다. 트로트부터 클래식까지 가리지 않고 듣는다. 판소리와 창(唱)도 좋아한다. 오페라와 팝페라(오페라에 대중음악 형식을 결합한 장르)도 관심 영역이다. 수천만 원짜리 스피커와 앰프, 최고급 턴테이블에 집착하는 것도 나쁠 건 없다. 그것도 하나의 취미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우린 싸구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진실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뮤직 러버’(음악을 그 자체로 사랑하는 사람)가 되고 싶다.

-음악이 왜 좋은가.

△인간을 상상 속으로 이끌어준다. 또한 일상을 사는 소시민들에게 ‘저 너머 세계’를 꿈꾸게 해준다. 또한 음악은 세상과 우리를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해준다고 믿는다. 노래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그 열망이 우리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향후 당신들이 그려갈 미래는.

△20년, 30년 꾸준히 하다보면 빌보드 차트(Billboard chart)에도 오를 수 있지 않겠나.(웃음) 대기업에 취직하지 않아도 좋고, 주식으로 큰돈을 벌지 않아도 좋다. 가난해도 좋다. 오십 살, 아니 육십 살이 될 때까지 음악을 하며 살 것이다. 왜냐고? 그게 어떤 일보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니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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