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학 이

형씨,

맹동지절(孟冬之節)에 강건하십니까,

안부를 여쭈면서 몇몇 가지 좀 알아보고 당부도 드리려 합니다

형씨 고향은 중국 우한(武漢)인 것은 익히 알고 있는데 혹시 본향(本鄕)이 서울이신가? 예전 육이오동란 끝나고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드럼통을 자르고 두들겨 만든 택시가 대한민국이 자랑스레 만들어 낸 명품이라고 서울 한복판에서 무한 인기로 굴러다닌 적이 있어서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거요. 그리고 당신이 요즘 오지랖 넓게 설레발치며 온 세계를 휘젓고 돌아다니는 꼬락서니를 보니 원래 당신 태생에 문제가 많아서인 것 같기도 하오.

‘武漢‘이 뭐요? 아 주먹잽이로 경우 없이 휘두르기만 할 줄 아는 건달배를 이르는 말 아니요? 그리고 또 결례의 말씀이다만 당신 생김새도 영 마음에 안 들어요.

(….)

전 세계적으로 창궐해 수많은 인명을 상하게 하고 모든 것을 무너뜨리며 공포에 떨게 하는 코로나19를 의인화하고 희화화하여 서간문 형태를 빌려 쓴 기발한 작품이다. 펜데믹으로 엄청난 폐해를 끼치고 있는 괴질 코로나19의 소멸과 무너진 일상의 회복을 간절히 염원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