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정 국

사막에서만 모래무덤이 발견되는 게 아니다

길바닥에 누워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는

미이라, 신의 은총인가, 형벌인가… 썩지 못한

미이라, 물을 뿌리면

금세 부풀어오를 종이 조각

한 겹의 피부

지금을 굳이 후생(後生)이라고 말할 것도 없다

이곳을 사막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다

사람들은 사막을 건너기 위해 사막으로 들어간다

이미, 사막을 건널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이들이 있다 예정된 패배의

코스를 가는 자들이

슬픔과 기쁨이 여기에 있다

사막의

물결치는 모래바람이

모래산을 움직이기에 앞서 또 사람들을 부른다

시인이 설정하는 공간으로서의 사막은 실제의 사막이 아니다. 절망과 좌절, 패배와 불모의 환경들이 끝없는 갈증과 욕망이 생산되는 삶의 현실을 사막이라 비유하고 있다. 삶의 형태와 방향을 왜곡해가는 현대사회에서 그 불가항력의 삶의 조건들을 헤쳐나가겠다는 시인의 극복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