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타결점 못 찾은 상황
민원 이틀 뒤 현장방문 이례적
본격 조정 앞서 실무회의 성격
반대위 “완전 폐쇄” 입장 강경
이달 훈련 앞두고 비상한 관심

21일 오후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 진입로 인근에서 열린 국민권익위원회 주최 사전준비회의를 앞두고 주민들과 국방부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고 있다. /전준혁기자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을 둘러싼 주민들과 국방부 간의 갈등이 국민권익위원회의 민원으로 넘어가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민원 접수 이틀 만에 현장을 방문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는 수성사격장 갈등이 그만큼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후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사격장 진입로 인근에 위치한 포항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 임시 컨테이너 사무실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마련한 이해당사자 간 회의가 진행됐다. 1시간 30분가량 소요된 이날 회의에는 권익위 안준호 고충처리국장을 비롯해 조현측 반대위 대표위원장과 주민, 국방부 권대일 과장 등이 참석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는 권익위가 본격적인 조정에 앞서 마련한 실무사전준비회의의 성격이 짙었다. 즉 2천800여명의 대규모 집단민원을 접수한 권익위가, 민원 신청인인 주민들을 비롯해 피신청인 자격인 국방부 및 해병대 제1사단 실무책임자들을 만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권익위는 이 자리에서 청취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후 조정에 착수할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회의를 앞둔 시점에서는 주민과 국방부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협의를 하자’는 국방부와 ‘사격장 완전폐쇄’를 주장하는 주민들의 견해 차이가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으로,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으로 촉발된 주민들의 국방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회의에서도 주민들은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취소를 넘어 수성사격장의 완전폐쇄라는 입장은 절대 변하지 않으며, 만약 국방부가 아파치 사격 훈련 재개를 결정한다면 상경시위를 비롯해 현재보다 더욱 강경한 충돌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회의 이후 만난 반대위 한 관계자는 “1월 말에 다시 사격을 재개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절대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기존 경기도 포천에서 하던 사격을 주민들의 동의도 없이 포항 장기로 옮겨온 것이 국방부다. 협의를 계속 외치는데 협의를 하려면 포천과 해야지 우리와 왜 협의를 하느냐”고 주장했다.

일단 이번 회의로 말미암아 오는 1월 말에 예정된 사격은 주민들과 국방부 간의 협의 없이 진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에서도 이 문제의 시급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향후 조정에 착수하게 되면 해당 사격 재개 문제부터 급하게 처리할 예정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안준호 고충처리국장은 “1월 말에 사격이 예정돼 있어서 급박하게 신청인과 피신청인을 불러 사전 회의를 진행했다”며 “조정에 들어가게 된다면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의 입장에서 국방부와 해병대 등 관계자들과 합의점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포항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세종정부청사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안준호 고충처리국장을 면담,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취소와 수성사격장의 완전폐쇄를 위한 고충 민원을 신청하고 중재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반대위는 “면민들은 60여년간 육군, 해군, 방산업체 등의 연중 계속되는 사격훈련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 및 산불 등으로 극심한 불안감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며 “육체적·정신적 피해는 물론 물질적 피해까지 속출하는 상황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고충민원 신청 이유를 밝혔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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