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가격리 수험생 응시 허용 기준 대학마다 ‘제각각’
실제 영주 미대 지원 학생 응시 불가 조치 사례도 나와 불안 고조

2021학년도 대입 레이스가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실기고사를 남겨둔 수험생들이 또 한 번 고비를 맞았다. 사상 첫 ‘코로나 수능’을 치른 데 이어 대입 정시모집 실기고사를 앞두고 상당수 대학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거나 자가격리 중인 수험생에게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어서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실기고사 전형을 실시하는 충남대, 순천대, 한국체육대, 건국대 등은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격격리자에 대해 시험응시를 제한한다. 지난 16일부터 음악·미술대학 실기전형을 시작한 경희대는 애초 자가격리자 수험생에게 ‘응시 불가’를 공지했다가 실제로 응시대상자 중 자가격리자가 발생하자 내부 검토 과정을 거치기도 했지만, 결국 처음 안내대로 제한 방침을 내렸다. 한국체육대는 오는 20일부터 사회체육학과, 공연예술학과, 태권도학과 등의 실기전형 시행을 앞두고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의 응시를 제한한다고 사전 안내했다. 반면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충북대, 전남대, 부산대 등은 자가격리 수험생이 시험 하루 전 코로나19 음성 판정과 함께 관할 보건소로부터 외출 허가를 받으면 실기고사 응시를 허용한다.

이를 두고 확진·자가격리 수험생들은 실기고사 응시기준이 대학마다 제각각이라 혼선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2021학년도 정시모집 지원자 가운데 현재 자각격리 중인 고3 수험생은 모두 2명이다. 이 중 1명은 응시 제한에 해당사항이 없는 전형에 지원했으며, 나머지 1명은 2개 대학으로부터 응시가 제한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기시험 응시 기회를 잃은 학생은 영주의 한 고등학교 3학년으로, 미대 조소과 입학을 위해 서울 소재 학원을 오가며 미술 실기시험을 준비하던 중 지난 10일 확진자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됐다. 이 수험생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자가격리 대상자는 실기고사를 치를 수 없다’는 지원대학 측 규정에 따라 응시 불가 조치를 받았다.

실기고사를 앞둔 수험생들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면서도 응시 제한으로 인해 대입에 차질이 생길까 불안감을 호소한다. 서울의 한 산업디자인학과 진학을 준비 중인 남모(19·포항시 남구)양은 “오랫동안 준비한 입시인데 확진자나 격리자가 돼 실기시험을 볼 기회조차 놓칠까 봐 걱정”이라며 “한편으론 응시 제한이 없는 학교로 실기 수험생들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올라 합격문이 좁아질까 봐 초조하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9월 대입 관리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국을 8개 권역으로 나눠 별도고사장을 설치하고 격리 수험생이 최대한 모든 전형에 응시할 수 있도록 지원 권고한 바 있다. 최근에는 각 대학에 자가격리 학생으로부터 코로나 음성이 확인되면 실기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대학들은 시험 성격상 실기고사에 확진자 응시를 보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코로나19 예방 조치는 가능하지만, 확진·자가격리 수험생에게 응시 기회를 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대학들이 공통된 의견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지역 사립대학 관계자는 “실기전형을 거쳐야 입학이 가능한 예체능학과의 경우 지원자를 대상으로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채점관으로부터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확진자나 자가격리자만 따로 시험을 치르게 되면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그렇다고 확진자가 입원한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자가격리 중인 장소 등에서 따로 실기시험을 보기엔 별도 고사장에 파견할 인력이나 장비도 부족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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