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2년째 황금대목 사라져
꽃값 하락에도 방문 손님 발길 ‘뚝’
폐기처분 우려 꽃 들여놓기도 부담
인터넷 배송으로 판로 돌려보지만
못 버티는 개인업체들은 폐업 속출

14일 오후 대구 북구에 있는 대구 꽃백화점의 모습.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으로 직원들이 꽃을 정리하고 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꽃집은 매년 요맘때만 기다립니다. 1∼2월은 졸업식과 입학식이 몰려 있어 특수를 노릴 수 있는 때이지만, 벌써 2년째 황금 같은 대목을 그저 흘려보내고 있어요.”

꽃시장에 한파가 덮쳤다. 예년 같았으면 각종 학교 행사들이 줄줄이 이어졌을 시기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 대부분 학교가 졸업식이나 입학식을 취소하거나 연기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학교마저도 비대면으로 짧은 시간에 마치는 분위기다. 꽃다발을 선물할 일도, 꽃 선물 받고 기념사진 찍을 추억도 모두 코로나에 빼앗겼다.

14일 오후 대구 북구에 위치한 꽃백화점. 지역에서 가장 큰 꽃시장 중 하나로, 평소 꽃을 사거나 구경하러 오는 시민들로 가득 차는 곳이다. 하지만 이날 꽃백화점은 상점 주인들과 직원 몇 명이서 화분에 물을 주거나 꽃을 다듬고 있을 뿐 인적이 드물었다.

꽃집 주인 이모씨는 “지난해부터 방문하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매년 이맘때면 졸업식과 입학식에 쓸 꽃을 손질하고 가꾸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지만 지금은 일이 없어서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꽃값은 작년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는데 정작 사러 오는 손님이 없어 버리는 상품이 많다. 장기간 관리가 가능한 식물은 어떻게든 돌볼 수 있지만 꽃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시들어버리기 때문에 적절한 때에 판매하지 못하면 대부분 폐기 처분해야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2년째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들어 대출로 겨우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며 “그나마 이곳은 여러 꽃집이 모여 큰 상권을 형성하고 있어 형편이 나은 편이다. 개인 업체들은 폐업이 속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상점의 주인 박모씨는 “작년에 처음 코로나가 퍼질 때만 해도 잠깐만 버티면 금방 좋아질 거라고 믿고 그 희망 하나로 버텼지만 이제는 한계에 달했다”며 “꽃을 관리하려면 전기세와 난방비가 많이 드는데 현재 벌이로는 이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확산 정도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매장 수익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 얼마 전부터 인터넷 배송판매를 시작해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훼업계는 시민들의 소비심리 위축을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주로 관상용으로 구입하는 손님이 많고, 실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생필품이 아니다 보니 자연스레 찾는 사람이 줄면서 꽃집을 찾는 발걸음도 줄었다는 것. 심지어 최근에는 꽃 가격이 하락했는데 이마저도 더 싸게 사려고 하는 고객이 많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국화훼농협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행사나 축제에 납품하는 난 종류나 장미와 같은 꽃 품목의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며 “다행인지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최근에는 공기정화 식물 소비량이 다소 늘어나긴 했지만 이마저도 최근 추운 날씨에 생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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