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점입가경이다. 공중파, 채널티비만 해도 그렇지 않은데, 유튜브를 보면 하루하루가 긴박하기만 하다. 오늘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DC 일원에 비상사태를 선언했다고 하는데, 이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해석이 분분하기만 하다.

벌써 며칠째 유튜브를 통해서 미국 대선 현황을 지켜보고 있는지 모르는데, 그래도 유튜브가 아니고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주는 데가 없어서일 것이다. 이 중에는 오보도 많고 가짜도 많지만 있었던 일을 해석하고 며칠 뒤 일을 예측하기도 하는 까닭에 어쩔 수 없이 보고 듣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내가 유튜브 쓸 데 없다고 과장 섞인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요즘 들어 유튜브가 전례없이 뜨겁다 못해 거칠고 험악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대선 문제, 국내 정치 문제를 둘러싼 유튜브는 하루에도 몇 번씩 프로를 올리는데 그것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쓰는 말이며 표정이며 몸짓이 무서울 정도로 변했다.

정작 더 큰 문제는 마냥 자유로울 것처럼만 여겼던 유튜브가 사실은 이면적인 정치공학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유튜브만의 문제가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CNN 같은 거대 여론 주도 매체들의 공통된 문제다.

며칠 전 놀랍게도 트위터에서는 ‘트통’의 계정을 영구삭제하고 그 편 드는 사람들 계정도 많이도 없앴다고 한다. 그러자 그는 ‘팔러’라는 새로운 인터넷 매체로 옮아갔고 그를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옮겨가 버렸다고도 한다.

이것은 독일 수상도 우려를 표명했다던데, 사실상 검열이고 언론 자유의 억압인 것이다.

세상을 살아갈수록, 뭔가 세상의 안쪽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게 되면 될수록 사람살이는 참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편에 서는 것도 어렵고, 어느 쪽에도 편들지 않고 사는 것도 어렵다. 중심을 잡고 사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디지털 세상이 더 민주적이고 더 자유로운 세상이 될 것이라던 낙관은 이제 디지털 전체주의, 디지털 통제 사회에의 공포로 변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어떻게 하면 이 ‘쓸데없다’는 과장법에서 벗어날 수 있으련지?

그래도 내일 나는 또 유튜브를 보게 될 것 같다. 미국 대선도 어느 쪽이 최후 승자가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나마 시시각각 뭔가라도 던져주는 곳은 유튜브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 속된 말로 영혼이 털려버리는 느낌이라고나 해야겠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