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수 신부 <br>대구가톨릭 치매센터 원장
정석수 신부
대구가톨릭 치매센터 원장

하느님은 당신 자신을 인간이 알고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이를 간단하게 계시(啓示)라고 합니다. 하느님은 당신 자신을 아들 예수님을 통하여 드러내 주셨는데, 그 모습은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스승의 참 모습을 간략하게 요한은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세례를 받을 때 성부로부터 사랑의 고백을 듣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이로써 성부의 사랑을 받는 아들이요 성부의 마음에 드는 아들로서 온 천하에 선포되었습니다.

세례를 받은 예수님은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도 받을 것이다.”라고 제자들에게도 허용하셨습니다. 제자들에게 허용된 세례는 바로 십자가의 죽음입니다. 그 자리에 이르기 위하여 먼저 자신을 버리는 작업이 동반되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십자가가 아니라 자신의 십자가를 깨닫고 지고 스승을 따르는 삶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리스도께서 이루셨던 의로움을 우리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이 의로움에 이르는 길에는 인간적인 고뇌가 따를 것입니다. 세상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하느님의 일에는 하느님의 영, 성령의 도움이 필요로 합니다. 성령의 도움에 힘입어 사람은 공정을 펴고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보듬어 주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고 되살릴 희망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에 동참하는 시골처녀 마리아는 천사를 통해 성령께서 자신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덮어 줄 것이라는 천사의 아룀을 듣습니다. 성령을 충만히 받게 된 어머니 마리아를 통해 예수님은 잉태의 순간에서부터 성령을 충만하게 지니셨고, 그 성령께서 세례 때 예수님께 머무르심을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이로써 “예수님은 온 인류를 위한 성령의 원천”이 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아담의 죄로 닫혔던 하늘이 열렸고, 마침내 물이 거룩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새로운 창조의 서막입니다. 로마 가톨릭 교회 교리서 536항에 보면,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통하여 빠스카의 그리스도와 성사적으로 닮게 됩니다. 따라서 삶에서 빠스카의 삶을 이루기 위하여 겸손하게 낮추고 속죄하는 신비 안으로 들어감으로써 성자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가 됩니다.

세례를 통하여 예수님은 새로운 삶, 공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그 삶의 첫 일성은 회개와 하늘나라의 다가옴입니다. 그리고 그 사업에 함께 할 제자들을 부르셨습니다. 제자들은 스승의 삶의 태도를 통하여 배우고 성장합니다. 그 첫걸음마는 기도입니다. 예수님은 세례를 받고 젤 먼저 하신 일은 광야에서 기도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아침에 눈을 뜨고 잠들기까지 기도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