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경 검증 못한 과실 있다
김병욱 고발·신고 없어 어려움”
김 의원 피해자 지목 A씨
“불미스러운 일 없었다”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무소속 김병욱 국회의원이 11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서 열린 선거법 위반 관련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용선기자

국민의힘이 당 안팎의 성 비위 의혹과 관련해 결국 고개를 숙였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이 야권 인사들의 잇단 성추문에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인 데 따른 것이다.

11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배준영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힘이 추천했지만 자진사퇴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정진경 위원의 경우 교원징계기록을 보지 못해 검증을 못한 과실이 있다”며 검증 부족을 인정했다. 그는 이어 “김병욱 의원의 경우 피해자의 미투 고발이나 경찰 신고가 없어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성 비위 관련 사건에 대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후보자들을 철저히 검증할 것을 국민께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주호영(대구 수성갑)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리당이 추천했던 진실·화해 위원에게 문제가 생겨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단체 추천을 의뢰했고, 인터넷을 통해 여러 검색을 다 했을 뿐만 아니라 지인 탐문을 했지만 불미스러운 일을 밝혀내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당사자인 무소속 김병욱(경북 포항남·울릉) 의원은 이날 대구지법 포항지청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차별적이고 천인공노할 방식으로 인간의 인격을 말살하고, 한 인간과 가족을 죽이고자 하는 가로세로연구소의 잔인한 시도는 법적으로 반드시 책임을 받아야 한다”면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그런 일을 희희덕대고 낄낄대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한 인간의 인격과 존엄을 무참히 짓밟고 생명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가로세로연구소는 사회의 공기가 아니라 흉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가세연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응당한 대가를 치루게 하겠다”며 “믿고 기다려주시면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진실을 밝히고 돌아오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이날 국민의힘 관련 인사의 잇딴 성추문과 관련 “국민의힘은 면피용 입장문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여성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불과 며칠 전 김종인 위원장은 탈당한 김병욱 의원의 성폭행 의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듣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단호하게 꼬리자르기를 해 공분을 샀고 다음날 불거진 정진경 진실·화해과거사위원 문제에 대해서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여성위는 “김병욱 의원에 대해선 ‘미투 고발’이 없었기 때문에, 정진경 위원에 대해서는 ‘교원징계기록을 보지 못해’ 알 수 없었다는 변명뿐”이라며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는 약속은 공허하기만 하다. 과거의 선거나 인사 과정에서도 철저한 검증을 내세우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에 의해 김 의원의 성폭행 피해자로 지목된 A씨는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를 통해 “김 의원과 일체의 불미스러운 일도 없었음을 밝힌다”는 입장문을 밝혔다. A씨는 “당사자의 의사는 물론, 사실관계 조차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저의 입장을 생각해주시고 더 이상의 억측은 자제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박형남기자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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