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 우

작은 집 하나 짓는다는 것은

큰 산 하나 허무는 일이다

도화도 꽃 버린 산비탈 허물고

얼어 흐르지 않는 계곡 집채 같은 바윗돌도

산 밖으로 밀어내는 일이다

풀 향기에 간간이 뒤척이던 나뭇가지들 사이

내가 언제쯤이 가난한 망설임을 벗고

흔들리는 수없는 집착을 벗고

작은 집 하나 이웃 나무처럼 세울 수 있을까

내 몸에 긴 칡 줄기 서너 가닥

펼쳐갈 수 있을까

작은 집 하나 짓는다는 것은

내게로 불어오는 바람의 창을 열두 번씩 여닫다가

그 창의 문살이 되는 일이다

그 문에 칡뿌리로 얽히는 일이다

시인은 시업(詩業)을 작은 집 하나 짓는 것으로 비유하며 겸허하게 시업에 정진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음을 본다. 작은 집 하나 짓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거기에는 성실함과 철저함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리라. 시인은 그런 마음으로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일으켜 세우고 열어가는 일이 만만치 않음과 열정과 정성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것을 자신에게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