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대부분 학교 ‘비대면’
일부선 취소나 ‘드라이브 스루’
서로 악수커녕 사진도 못 찍어
스승·제자·동기 아쉬운 마지막

코로나 19로 졸업식 풍경도 달라졌다. 5일 오후 포항시 남구 연일읍 영일 고등학교에서 졸업생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졸업장과 학교 측에서 준비한 졸업선물을 받고 있다. /이용선기자

“제자들과 함께 기념사진 한 장 찍지 못하는 졸업식이라니….”

포항영일고등학교 교사 A씨는 5일 교직 생활 이래 처음으로 ‘온라인 졸업식’을 겪었다. 이날 영일고는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비대면 온라인으로 제40회 졸업식을 진행했다. 유튜브 계정으로 졸업생과 학부모를 초대하고 교장·교감, 담임교사 등의 인사 메시지가 담긴 사전녹화 영상을 공개했다. 올해 ‘코로나 졸업식’을 맞은 학생은 모두 158명. 교사들은 오후 1시부터 30분 간격으로 1반부터 7반까지 학급별로 정해진 시간에 맞춰 부모 차량이나 택시 등 승용차를 타고 온 학생들에게 졸업장을 건넸다.

졸업식이 끝나고 교사 A씨는 전화통화를 통해 “코로나 이후 교육 현장에서 생전 처음 겪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에게 졸업장과 앨범을 나눠주면서 악수는커녕 마스크를 벗고 활짝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조차 함께 찍을 수 없는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졸업시즌을 맞은 학교 분위기가 예년과는 사뭇 달라졌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지역 초·중·고교를 비롯한 대학 대부분이 졸업식을 취소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졸업장과 앨범, 상장 등을 차량 안에서 전달하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가족이나 친구 등과 기념사진을 찍는 것마저 자제하는 분위기다.

5일 경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역 학교에서는 미리 축하인사가 담긴 영상을 제작해 졸업일 당일 공개하거나 학생들에게 네이버밴드, 카카오톡 등으로 유튜브 계정 링크를 보내 초대하는 방식으로 졸업식을 진행하고 있다. 졸업장이나 졸업앨범 배부처럼 비대면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방역 수칙을 강화해 실시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특정 시간에 학생들이 한 곳에 모이지 않도록 학급별로 시차를 둬 졸업 선물 등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재유행에 학교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졸업생들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대학 졸업생들 역시 마지막 학기를 온라인으로 시작해 비대면으로 마무리했다. 대전에서 4년간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포항으로 내려온 졸업생 한모(27·포항시 남구·여)씨는 “학기 내내 수업은 물론 실습, 평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됐는데 종강마저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며 “졸업장이나 앨범은 택배로 받기로 해 나중에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학교에 찾아가 교수님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졸업식 추억을 빼앗긴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아쉬움은 마찬가지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아들을 둔 신모(38·포항시 북구)씨는 “유치원 졸업식은커녕 초등학교 입학식마저 취소됐었는데 행사는 둘째치고, 언제쯤이면 아이가 친구들과 같이 학교에서 공부하며 소풍도 가고 운동장에서 활기차게 뛰어놀 수 있을까싶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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