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구 찬

그 한때

산에서는 새소리

들에서는 바람 소리를 내던

감은사(感恩寺) 대종

천둥 번개 치던 어느 날

몽고군의 노략질에 몸부림치다가

대왕암 부근에서 빠져 죽었다는

그래서 물결이 일렁이면

은은하게 울린다는

그 이야기만 살아서 피가 돌고 (….)

경주의 토함산과 함월산 자락을 적시고 감은사 아래로 흐르는 대종천에는 시인의 말처럼 대종에 대한 일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왜구들이 대종을 왜국으로 옮기다가 문무왕릉(대왕암) 주변 바다에 빠뜨렸는데 천년이 지난 지금도 비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심하게 치는 밤이면 바닷가 마을의 사람들은 바다 속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시인의 깊은 시안(詩眼)은 천년이 지난 지금도 바람 속에서 대종천의 그 종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