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시집 ‘스무 편의 서정시와 한 편의 서사시’ 출간
세계 이슈 코로나 소재 ‘비대면 시대의 낯선 풍경’ 등 눈길

“산을 보며, 산아, 하고 부르면, 산이 저만치 내게로 다가오네.”- 송희복 시인의 2행시 ‘제목 없는 시’

송희복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스무 편의 서정시와 한 편의 서사시’(글과마음)가 출간됐다.

시집은 스무 편의 서정시, 한 편의 서사시, 프랑스 기행시, 2행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시집의 제목인 ‘스무 편의 서정시와 한 편의 서사시’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 제목인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를 전례로 삼았다.

첫 번째 시편 ‘이어도’는 인간의 유한성과 죽음과 유토피아 의식을 주제로 삼은 깊이 있는 시다. 스무 편의 서정시 중에 세태 풍자의 작품들이 적지 않다. ‘무슨 기약이라도 있었기에’ ‘가짜 뉴스’ ‘세상의 원로들’ ‘문학상에 대하여’ ‘아이러니, 혹은 아나키’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또 코로나19를 소재로 한 시 ‘비대면 시대의 낯선 풍경’ ‘코로나19’ ‘코로나, 어지러운’ ‘괴질’ 등도 눈길을 모은다.

송희복 시인
송희복 시인

서사시 ‘새벼리의 아적붉새’의 소재는 1923년에 일어난 진주 형평사 운동이란 역사적 사건이다. 진주 지역의 방언인 제목의 뜻은 ‘동쪽 벼랑의 아침놀’이다. 진주 남강이 굽이치는 동쪽 벼랑에 벌겋게 물이 든다는 것. 우리 백정의 마음속에도 그렇다는 것을 언표하는 제목이다.

프랑스 기행시는 시인이 지난해 여름과 올 2월 파리와 남프랑스에 머물면서 메모한 견문과 생각이나 느낌을 시로 남긴 기행시 중 14편을 모았다. 2행시, 즉 두 줄로 된 시는 가장 축약된 형태의 시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이 올해 쓴 2행시 중에서 16편을 가렸다.

송 시인은 “눈에 보이지 않은 괴질이 지구촌의 공동 과제가 되면서, 인간들에게는 세상이 더 좁아졌다는 느낌이 실감나게 다가왔다”며 “이 사실이 앞으로 미래 문학에 대한 감수성의 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송희복 시인은 시인 겸 문학평론가로 199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에 당선됐으며 시집 ‘저물녘에 기우는 먼빛’, 평론집 ‘불안한 세상, 불온한 청춘’ 등이 있다. 제9회 청마문학연구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진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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