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하나. 망망대해 더 넓은 한가운데 거친 파도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좌우로 번갈아 가며 쉼 없이 기울기를 멈추지 않는 바다다. 언제부터였는지, 언제까지 일지, 종잡을 수 없이 점점 더 거칠게 흔들리고 있다. 손을 뻗어 휘저어 보아도 손 하나 걸치고 의지할 곳 없는 바다다. 함께 하자며 위로해주거나 관심 둬주는 이 없는 오롯이 혼자가 되는 바다다. 이상(理想)과 현실이 뒤섞여 파도의 물거품처럼 시야를 가린다. 잃어버린 방향을 찾고자 하는 의지마저 희미해지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하나. 여기가 어딘가. 나는 무엇인가. 바다는 지금도 흔들리고 있다.

 

신연우 사진작가의 ‘등대 이야기’작품들.
신연우 사진작가의 ‘등대 이야기’작품들.

바다는 태초부터 흔들렸다. 그리고 지구가 사라지고 없어질 때까지 흔들릴 것이다. 바다의 흔들림은 순리(順理)이고 이치(理致)이다. 더 많이 흔들리고 좀 적게 흔들릴 뿐이다. 세상이 어두워졌다고 하여 하늘에서 태양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구름에 가려져 있거나 서산 넘어 반대편 세상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태양은 언제나, 어떤 때나, 그 어디에 있다. 마찬가지로 쉼 없이 흔들리는 바다에도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있다. 왼쪽과 오른쪽의 높고 낮음을 가늠할 수 있는 수평선이 존재하고,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며 한 줄기 빛으로 방향의 기준이 되어주는 등대가 있다.

/신연우(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