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북위 36도, 포항’ 펴낸 시인 윤석홍
“살아오는 동안 살가운 은혜로
내면의 근육 단단히 키워준
이 도시에 대한 하나의 보답”

윤석홍 시인.
윤석홍 시인.

포항의 중진 시인 윤석홍 시인이 최근 신작 시집 ‘북위 36도, 포항’(도서출판 나루)을 펴냈다. 시집에는 포항을 주제로 하는 69편의 산문시가 실렸다. 수록된 작품들은 낯익고 친근한 아저씨처럼, 때론 구수하고 정겹게 시인이 살아왔던 이곳저곳을 앨범을 펼치듯 풀어놓는다. 은유와 상징, 생략과 축약보다는 찻집에 앉아 꾸밈없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편안한 화법을 구사한다.

‘북위 36도, 포항’ 시집 해설을 맡은 이달균 시인은 예순 중반에 쓴 윤석홍 시인의 이 시편들을 “포항에 대한 절절한 연서(戀書)”라고 요약했다.

20일 윤 시인을 만나 새로 출간한 시집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018년 세 번째 시집 이후 네 번째인데, 소회를 듣고 싶다.

△세 번째 시집 ‘밥값은 했는가’는 오랫동안 밥벌이를 하면서 규칙적인 일상을 벗어나는 과정을 정리한 시집이었다. 시인의 말에 썼듯이, 이번 네 번째 시집은 포항에 살면서 보고 느낀 애정 어린 마음의 시편을 모아 세상 밖으로 내보내게 되었다. 내가 몸담고 살고 있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포항이란 도시를 위해 따뜻한 헌사를 시로 표현하여 한 권의 책으로 펴낸 것이다. 살아오는 동안 많은 도움, 살가운 은혜로 내면의 근육을 단단하게 키워주었던 포항이란 곳에 무엇으로 보답하면 좋을까 늘 마음속에 남겨두고 있었다. 북위 36도는 지금 살고 있는 포항의 지구별 좌표다. 이 좌표를 중심으로 나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이나 느낌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을 꾸준하게 해왔고, 이 작품집 출간으로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시집에 담긴 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시가 있다면.

△시집에 실린 작품 모두 포항과 관련 있는 것이라서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도록 애정이 가는 시편들이다. 기계 다방, 상옥마을, 옛 포항역, 포항시립화장장, 호미곶 등대, 경북수목원 같은 작은 지명에서 출발하여, 칠포리 바위 그림, 청포도 여인숙, 기북 장날, 홍해 들녘, 구만리 보리밭, 다무포 고래마을 그리고 2017 11.15, 진도 5.4 같은 지진으로 인한 이웃의 아픔을 담아낸 시들이지만 아무래도 표제작인 ‘북위 36도, 포항’과 ‘진도 5.4 지진’을 꼽고 싶다.

시집 ‘북위 36도, 포항’
시집 ‘북위 36도, 포항’

-시집을 읽고 주변의 반응, 다른 평론가들이나 시인들은 어떻게 평가하나.

△장한용 시인은 ‘포항에 가려면 관광안내서 대신 이 시집을 들고 가시길 추천한다. 포항에는 우리가 잘 아는 과메기와 제철소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시인이 앞서 걸어가며 써낸 글은 시 작품이면서 인문학적 지리서이기도 하다. 우리는 현지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더구나 예민한 시인의 눈이 아니면 포착할 수 없는 풍경을 이 시집을 통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지역의 한 원로는 ‘포항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집으로 고향이 꼭 포항이 아니어도 이곳에 삶의 터전을 이루고 사는 사람에게도 좋을 것이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살고 있다면 그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줄 것이다. 고향의 기억과 아련한 꿈들을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속으로,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이 시집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는 말씀을 주셨다.

- 앞으로의 계획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태어난 고향보다 포항에서 살았던 시간이 더 많다. 사람들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이 태어났거나 살고 있는 곳에 속 깊은 애정을 갖고 따뜻한 눈길로 보듬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인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이 시집을 시중에서 구입해 구석구석을 찾아가 볼 것을 권한다. 문화재단이나 도서관에서 이웃들과 함께 하는 문학기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해보고 싶다. 앞으로 포항을 빛낸 인물, 따뜻한 사회를 위해 헌신한 사람, 문화유산, 설화나 전설 등 이 작업 연장선에서 포항을 널리 알리는 일을 시어로 풀어내는 일을 해볼 생각이다. 지역에 있는 작은 출판사와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상생의 삶을 실천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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