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만든 철길 80여년 만에 철거 ‘눈앞’
독립운동 산실 임청각복원사업 본궤도에
오늘 중앙선 도담~안동 새 복선구간 개통

16일 오후 7시 36분께 임청각 앞을 마지막으로 운행한 제1681 무궁화호 열차 앞에 ‘임청각 마지막 기차, 잘못된 만남의 끝’이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국철도 제공
‘독립운동의 산실’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 ‘임청각’ 앞을 지나는 중앙선 철도가 80여년 만에 사라진다.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임청각 복원사업’도 본궤도에 올라 임청각 주변 철길을 비롯한 가림막과 방음벽이 철거될 예정이다.

16일 한국철도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36분께 마지막 기차가 임청각 앞을 지나갔다. 이 열차는 30년 운전경력의 영주기관차승무사업소 소속 석주원 기관사가 운전하는 ‘동해발 부전행 제1681 무궁화호’이다. 이 열차를 끝으로 더는 이곳을 운행하는 열차는 없다.

앞서 국가철도공단은 2015년부터 4조500억원을 들여 총연장 145.1㎞에 이르는 중앙선단양(도담)∼영천 구간 복선전철화 사업에 나섰다. 이 가운데 지난 14일 단양∼영주에 이어 17일 도담∼안동(72.3㎞) 구간이 개통한다. 이에 따라 17일 오전 9시 34분께 청량리에서 출발한 ‘누리로’ 1601열차가 송하동 새 안동역에 도착한다. 1931년 운흥동에 들어선 안동역은 90년 만에 송하동 새 역사로 이전했다.

한국철도는 그동안 임청각 보존을 위해 방음벽과 장대레일(레일 길이 200m 이상)을 부설하는 등 진동과 소음방지에 힘을 쏟았다.

국무령 이상룡 기념사업회는 임청각 앞 기차 운행 중단을 기념하는 행사를 한다. 16일 오후 마지막 열차에 임청각 종손이 시승해 기록을 남겼다. 17일에는 임청각에서 기관·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유문을 낭독해 임청각의 독립운동 역사를 되새긴다. 이어 임청각 앞 철로 방음벽을 철거하고 독립군가 제창 등을 한다.

임청각(보물 제182호)은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냈던 석주(石洲) 이상룡(李相龍· 1858~1932) 선생의 생가이자 10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성지이다. 일제는 1942년 2월 항일독립운동 의지를 꺾고, 민족정기 말살을 위해 노선을 우회시켜 임청각을 가로지르는 철로를 부설했다. 이 과정에서 임청각 내 50여 칸의 행랑채와 부속건물이 파괴됐다.

/손병현기자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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