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포항시 도시 가치를 주식시장의 주가에 빗대어 살펴보면 상반기는 하락, 하반기는 상승을 보이며 연말경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우세를 보이면서 마감한 것으로 평가한다. 앞으로도 포항시에 대한 외부 기업의 투자, 외지에서의 인구 유입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이상으로 포항시의 주요 정책과 중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시민을 포함한 이해당사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단계적인 성과를 보여줄수록 포항에 대한 기대가치는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26일 문을 연 포항 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센터 준공식 견학 모습. /경북매일 DB

주식시장에서 주식 가격은 투자가들이 그 종목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오르내린다. 특정 기업의 미래가치가 반영된 주식 가격 즉 주가가 저평가되었다고 보는 투자가는 사고, 주가가 고평가된 데다 미래 성장동력도 부족하다 느낀 투자자는 판다. 주가의 변동은 그러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주가는 검은색으로 표시된 전일 종가에서 오르면 빨간색, 내리면 파란색으로 표시된다.

기업들처럼 각 지역이나 도시가 그 지역의 지속가능성, 미래에 대한 기대, 현실 경제 등을 재료로 주식시장의 한 종목으로 거래된다고 가정해보자. 2019년 종가를 기준으로 출발하였던 포항시 주가는 2020년을 마무리하는 지금 과연 빨간색일까, 아니면 파란색일까. 개인적인 시각으로 올해의 포항시 주가에 대한 동향을 월 단위로 짚어 보았다.

1월 초 포항시 주가는 좋은 조짐을 보이며 상승 출발하였다. 9일 포항의 규제 자유 특구에서 GS건설의 ‘배터리 리사이클링 제조시설’에 대한 투자 협약식이 대통령까지 참석하며 열렸기 때문이다. 연초의 희소식에 포항시 주가는 빨간색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지난 연말 국회에서 통과된 포항지진 특별법의 시행령이 마련되는 대로 시민에 대한 피해 보상과 흥해지역을 중심으로 도시개발사업이 본격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포항시 미래가치에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월이 되자 포항시 주가는 예기치 않은 충격으로 하락하기 시작하였다. 19일 포항 최초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는 데다, 대구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거의 모든 지역 내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이 빠르게 위축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3월 들어서는 11일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에 대한 ‘세계적인 대유행(pandemic)’을 선언하고, 국내에서는 방역 마스크 부족 사태로 5부제 판매가 시행되었다. 포항에도 재택근무와 근로시간 조정과 같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산업계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포항시 주가는 다시 하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포항시가 자체 마스크생산공장을 건설하려는 의지를 나타내고, 리튬 이차전지 소재 생산기업인 에코프로지이엠이 24일 영일만 제1산업단지에 제1공장을 준공하면서 앞으로 5년간 총 3천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포항시 주가의 하락세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4월에는 코로나19에 대한 긴급대책으로 포항시가 지역 소상공인부터 학계, 금융기관, 기업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하는 노력도 심리 안정에 도움을 주어 2월 이후의 포항시 주가도 추가 하락하지 않고 박스권을 유지하면서 조정기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5월이 되자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종식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지역 내 음식 숙박업과 소상공인, 전통시장을 불문하고 비대면, 비접촉의 영향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실물경제 관련 지표들이 크게 나빠져 포항시 주가는 지지선 아래로 다시 하락하였다. 게다가 지역에서 추진하던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까지 실패하자 포항시 주가는 계속 파란색을 보였다.

6월부터는 포항철강산업단지를 비롯한 지역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본격적으로 심해지기 시작한 데다 시민들도 비대면 비접촉에 적응하여 대부분 생필품을 온라인이나 택배로 주문함에 따라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하던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이 크게 하락하여 심지어는 휴폐업하는 곳까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에 포항시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반면 포항지진 이후 하락 경향이 이어지던 지역 부동산경기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부동산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도권 투기 세력이 포항 지역까지 갭투자에 나서 진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의 하락 폭이 컸던 만큼 특정 매매 물건을 제외하고는 예년 수준의 시세 회복에 그쳐 이른바 ‘부의 효과(wealth effect)’까지 가시화되지는 못하였다. 이에 따라 포항시 주가도 부동산 경기회복이라는 재료만으로는 상승세로 전환하지 못하였다.

7월 들어서도 포항의 부동산경기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시작한 중앙상가의 영일만 친구 야시장이 재가동되지 못하는 등 여전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물경제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다만 오랫동안 막혀있던 포항공항의 하늘길이 진에어의 취항으로 열리면서 포항시 주가의 추가 하락을 막은 것은 다행이었다.

매년 8월이면 포항 어촌마을과 해수욕장, 주변 상권에서 특수를 기대했었으나 올해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거의 개점 휴업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포항시 주가도 여름철인 6월 이후 8월까지 하락 경향에서는 벗어났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반등 재료도 없어 여전히 바닥권에서 횡보하였다.

9월 들어서자 바로 찾아온 마이삭과 하이선이라는 두 태풍으로 인해 어촌마을은 물론 시내 곳곳의 건물 외벽, 공장에 큰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포항시 주가는 다시 급락하였다. 하지만 지진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지진피해 보상에 대한 신청이 접수되기 시작하면서 시민들의 가슴에 맺혔던 응어리도 조금은 풀리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영일만항 국제 크루즈 부두의 완공을 계기로 포항과 일본, 러시아를 오가는 정기 국제카페리 노선이 정식 개설됨에 따라 국제 항만도시 포항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높아졌다. 이에 따라 월초 일시 하락하였던 포항시 주가는 중순 이후 호재가 이어지는데 힘입어 올해 처음으로 상승 마감하며 빨간색을 나타내었다.

10월에는 포항시 주가를 움직일 만한 큰 재료가 없었으나 문화의 달을 맞이하여 지역 내 다양한 문화 관련 단체, 기관들이 포럼, 연주회 등 문화행사를 비대면, 온라인중계 등의 방식으로 활발히 개최하면서 미래 문화도시 포항에 대한 기대감을 높임에 따라 포항시 주가도 폭은 크지 않더라도 9월 상승세를 이어 빨간색으로 마감하였다.

11월이 되자 포항시 주가는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였다. 5일 송도동과 항구동을 연결하는 ‘동빈대교’의 기공식, 13일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서 국내 최초의 ‘그린 백신 실증지원센터’의 기공식에 이어 18일에는 영일만 제4 일반산업단지에서 (주)에코프로이엠 이차전지 양극재 공장의 착공식이 열렸다. 이처럼 포항시 미래가치를 높이는 희소식이 연이어 전해지자 연초 이후 하락하였던 포항시 주가는 단숨에 연초 기준가격을 넘어 본격적인 상승 장세를 타기 시작하였다.

12월이 되어서도 포항여객선터미널과 환호공원 사이를 자동순환식 왕복 모노 케이블카가 오가는 이른바 ‘해상케이블카’의 설치가 추진된다는 소식, 철강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기술개발사업의 본격화 소식, 대규모 연어 스마트양식 산업단지 조성과 같은 희소식이 잇달아 전해졌다. 이 소식들이 앞으로 포항시의 미래가치에 호재로 나타나면서 포항시 주가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 결국 지난해 종가보다 상승한 빨간색으로 연말 장을 마감하였다.

이상의 포항시 주가 흐름은 개인적인 견해지만 포항의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수록 인구도 투자도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주요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때 시민을 포함한 이해당사자에게 중장기적인 사업을 착실하게 보여줄수록 포항의 지속가능성과 더불어 포항의 미래가치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내년에는 올해 사업들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포항의 실물경제도 큰 폭의 회복세를 보이기를 기대한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