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뜰’

김살로메 지음·문학의문학 펴냄
수필집·1만3천원

‘엄마의 뜰’ 64쪽. ‘다래담배집’ 터가 있던 수몰된 김살로메 소설가의 고향.

“사랑은 어리석음이요, 유치함이요, 수치요, 절망이요, 나락입니다. 사랑을 일컬어 현명함이요, 세련됨이요, 자긍이요, 희망이요, 천국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사랑이란 감정을 초월했거나 겉보기 사랑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사랑이란 말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의 뜰’ 181쪽 부분

포항의 여류 소설가 김살로메씨가 최근 포토에세이 ‘엄마의 뜰’(문학의문학)을 출간했다.

‘엄마의 뜰’은 그의 세 번째 저서로, 에세이로는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에서’에 이어 두 번째 작품집이다. 첫 에세이집에서 관심을 뒀던 일상과 문학에 대한 고찰과 열정이 좀 더 세분화되면서 객관성을 학보해 나가고 있다.

부모님과 지인들, 일상의 순간들, 그리고 인생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과 우정에까지 어느 하나 무심할 수 없는 데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투명한 고뇌가 읽힌다. 청춘 에세이에선 쉽게 느낄 수 없는 중년의 삶과 생각이 지적 성찰에 이르는 과정들이 자연스럽다. 고급한 감성까지 얹혀 읽을수록 여운이 찾아오는 글들의 모음이다. 소박하고도 정갈한 음식상을 대하고 의외의 융숭한 맛과 정서적 감응을 느낄 때의 사소한 충격들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공감의 차원을 넘어 우리의 삶과 생각에 깊숙이 개입하는 듯한 작가의 글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가 직접 찍은 담백한 사진들도 감상거리다.

1부, ‘괜스레 사무치게’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아직도 재봉틀을 돌리고 계신 어머니에 대한 헌사로 읽어도 무방하다. 보수적인 집안의 분위기를 벗어나 문학에 투신했던 청춘의 방황과 열기도 함께 읽혀진다. 세월이 흘러 저자는 아버지의 존재, 그 애틋함에 물기를 머금는다. 그리고 어머니의 신산한 삶에 애정을 보인다.

2부 ‘날마다 다사롭게’에선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주목한다. 적당한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관계는 언제나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해 온다. 부담과 애정 사이를 오가는 저자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때로 친분은 우정으로 승화되기도 한다.

3부 ‘짬짬이 서늘하게’는 지적 삶의 일면이다. 앞자리에 실린 ‘사랑의 저울추’에서 저자는 토마스 만의 소설 ‘토이노 크뢰거’를 인용해 ‘더 사랑하는 자가 더 많이 괴로워 하는’ 역설의 일면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불온한 여자’에서 피력하는 여성의 신분으로서의 독서의 역사는 오늘날의 페미니즘의 한 유래를 유추해볼 수 있게 한다.

4부 ‘어쩐지 눈물겹게’는 말 그대로 비애의 순간들과 작은 감동의 순간들을 엮은 일상의 글들이다. 저자의 인간적인 면모가 사람다움에 대한 생각을 기초로 편편이 드러나 있다.

5부 ‘이따금 삐딱하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과 현상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미처 보지 못했던 진실의 영역을 탐색한다. 그리하여 일상에서 누구나 겪는 사소한 부딪침의 순간들조차 작가적 시선으로 자아를 들여다보는 데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추려낸 사십여 편의 글과 사진은 가족을 추억하고 연민한다는 것, 사람을 좋아하고 찬미한다는 것, 책 바람을 쐬고 그 서늘한 쾌감에 전율한다는 것, 사랑과 관계에 대해 의미 있는 시선을 찾으려 한다는 것, 세상일 의문에 가끔 혼잣말로 대거리한다는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심상의 산문이었다가 담백한 칼럼이었다가 뜻밖의 단상이기를 마다않는 이미지들이 독자에게 닿아 저마다의 향기가 더해졌으면. 공감 가는 글을 한 편이라도 만났다는 독자의 피드백을 기대하는 것 말고 뭘 더 바랄까”라고 적었다.

김살로메 소설가는 안동 출신으로 경북대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폭설’이 당선돼 소설과 에세이를 쓰고 있다. 소설집 ‘라요하네의 우산’ , 일천글자 미니에세이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이 있다. ‘라요하네의 우산’은 세종우수도서에 선정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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