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오색영롱, 한국 고대 유리와 신라’
황남대총 남분 출토 봉황 모양 유리병 등
내년 3월1일까지1만8천여 점 전시

국보 제193호 봉황 모양 유리병.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고대신라 유물 중 하나인 ‘유리’는 유물 자체의 조형적 아름다움 이외에도 고대미술, 재료공학, 문화사, 국제교류 등 다양한 의문을 풀어주는 열쇠와 같다. 국립경주박물관이 내년 3월 1일까지 특별전시관에서 신라 사람들이 특별히 아끼고 사랑한 유리를 중심으로 한국 고대 유리의 전반적 흐름을 살펴보는 ‘오색영롱, 한국 고대 유리와 신라’특별전을 개최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5~6세기 신라 능묘에서 출토된 유리용기와 유리구슬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한국 고대 유리를 주제로 한 최초의 대규모 전시로, 철기시대에서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는 유리 제품 1만8천 여 점을 선보인다. 경주 황남대총 남분 출토 봉황 모양 유리병(국보 제193호)을 비롯한 국보 3건과 보물 8건이 포함돼 있다.

4천500년 전 지중해 지역에서 탄생한 유리는 기원전 1세기 대롱 불기라는 혁신적 기법이 개발되면서 로마 제국에서 널리 사용됐다. 고대 동아시아에서 유리는 서역에서 온 진귀한 보물로 여겨졌으며, 오색을 띠며 빛을 발하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했다. 주로 장신구에 활용됐고, 서방에 비해 그릇류는 보편화되지 않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신라 능묘에서 출토된 다수의 유리그릇은 매우 놀랍고도 이례적 사례이다. 현재까지 7개의 능묘에서 제대로 된 형태의 유리그릇은 15점이 발견됐으며 황남대총의 경우 8점에 이른다. 이들은 세계 다른 지역의 유리기와 비교해 보기 드문 아름다움과 다채로운 색·기형을 가졌다. 최근 조사에서 생산지를 구체적으로 추적한 결과 이집트, 시리아-팔레스타인 지역, 코카서스 산맥 이남, 중앙아시아 등 다양한 곳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육로와 해로를 통해 신라로 전해진 유리그릇은 신라인의 국제적 감각, 높은 심미안, 특별한 취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신라능묘 출토 유리잔.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신라능묘 출토 유리잔.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각양각색의 단색 유리구슬과 상감이나 금으로 장식해 한층 화려한 모습을 띠는 유리구슬을 제작방식과 함께 설명한다. 삼국시대 대표작을 중심으로 나라별 특색도 살펴본다. 백제의 다채로운 색, 가야의 수정과 유리의 조화, 신라의 청색 물결이라는 키워드로 각국의 사례를 비교해볼 수 있다.

또 유리를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생산한 증거들도 소개한다. 기원 전후 여러 유적에서 발견된 거푸집은 유리구슬을 청동기, 철기를 제작하던 방식과 같이 틀을 사용했음을 알려준다. 부여 쌍북리와 익산 왕궁리 등에서 발견된 유리 도가니와 납유리 파편은 모래에 납을 섞어 유리를 만드는 기술이 늦어도 6세기 말에는 존재했음을 증명한다.
 

오색영롱, 한국 고대 유리와 신라’특별전 포스터.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오색영롱, 한국 고대 유리와 신라’특별전 포스터.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불교 유입으로 유리에 부여된 종교적 의미도 살핀다. 황룡사 구층목탑, 구황동 삼층석탑 등에서 발견된 다량의 유리구슬은 유리가 부처에게 바치는 귀한 보석으로 여겨졌음을 설명한다. 우리나라 유리 사리기의 대표작인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병(국보 제123호)과 송림사 오층전탑 사리병(보물 제325호)에서는 다중 사리기의 가장 안쪽에서 사리를 직접 담는 용기로 사용된 유리 사리기의 특별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측은 “한국 고대 유리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특별전은 한국 고대 역사와 유리를 둘러싼 여러 의문점의 해결에 한 걸음 다가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경주박물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사전예약제를 운영하며 박물관 입장 인원을 시간당 500명, 전시관은 100명으로 제한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