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위 발
놀도 스러져가는 바다는 자욱한 어둠에 잠겨
갈매기는 바람에 쫓기듯 가쁜 날갯짓으로 날고
파도는 선창 발치에 악어 이빨처럼 물려왔다 밀려가고
저 혼자 물결을 세웠다 엎으며 뒤척인다
산허리로 빠지는 인적 끊긴 자드락길엔 억새가 울고
바다에서 시작된 바람이 일렁거리자 서산에
걸린 햇살마저 붉어
순결한 사랑이 소멸되면 맑은 햇살아래
바다는 앓는 짐승이 되고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 고양이 한 마리가
쪼작걸음으로 대숲에서 나와 바다의 어둠을 보지 못한 채
집어등의 불빛만 쏘아 본다
시의 제목처럼 바다는 수많은 전설을 품고 늘 푸르게 살아 일렁이는 것이다. 어쩌면 또 다른 전설을 만들어가며 영원의 시간 속에 살아있는 것이리라. 노을 스러지는 가을 바다는 순결한 사랑이 소멸하는 처연한 아름다움을 품고 뒤척이는 것이다. 쓸쓸한 밤바다에 밝은 집어등 따라 일렁이는 물결을 응시하는 시인의 눈빛이 깊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