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재 작가의 ‘길 위에 서다’ 작품.

걸음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많이도 걸어왔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길이었고 순식간에 지나간 찰나였다. 세상은 헤쳐 나아가야만 하는 거친 정글이라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걷기만 했던 지난날이었다. 혈기 왕성한 젊은 자신감이었다. 이제와 잠시 내려놓고 뒤돌아보니 참으로 만만치 않았던 길이었다. 길의 마디마디를 넘을 때마다 어김없이 치열하고 비장한 전투였다. 죽기 살기로 덤비고 이기려 안간힘을 다 쏟았었다. 그렇게 힘겹게 마디마디를 넘길 때면 한 단계 성숙해졌다고 위안 삼았고 자신을 대견해하며 칭찬하고 위로했었다. 매 순간 임전무퇴의 각오로 전투에 임하듯 비장했었고 필승의 각오로 임했다. 치열한 전투가 끝나고 나면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다음 전투를 준비해야 하는 긴장감으로 곳곳에 난 상처가 아물 겨를도 없었다. 상처를 치유하고 나를 뒤돌아보며 나를 쉬게 할 여유를 나 스스로 허락하지 않았다. 그것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만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그 순간에도 소중함이 내 안에 담아지기 때문이다. 걷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며 주변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유병재 작가의 ‘길 위에 서다’ 작품.

옹이 없는 나무 없듯이 돌부리 없는 길 없으니 넘어지지 않고 상처가 남겨지지 않게 쉬어가며 천천히 걸어가야 한다. /유병재(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