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 중단 상태인 신한울 원전 3·4호기를 전력 공급원(源)에서 배제하는 대못 박기를 감행했다. 현재 가동 중인 24기의 원전 중 11기를 2034년까지 폐쇄하는 내용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확정했다. 일본은 원전을 재가동하고, 중국은 원전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판에 우리의 섣부른 ‘탈원전’은 세계적 웃음거리가 되게 생겼다. 현 정부 임기 내에선 마지막인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는 연내에 최종확정해 공포될 예정이다.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34년까지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4기 중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월성 2·3·4호기, 한울 1·2호기 등 11기를 폐쇄하겠다고 명시했다. 세계적으로 원전 가동 수명을 80년까지 연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거꾸로 가는 희한한 일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최후의 원전인 신한울 3·4호기가 내년 2월 26일까지 계획 인가를 받지 못해 건설 취소가 확정되면 고사(枯死) 상태에 놓인 한국 원전산업 생태계도 회복 불가 상태로 가게 된다.

일본이 2011년 후쿠시마원전 폭발사고 이후 10년 만에 잇따라 원전 재가동에 나섰다. 후쿠이현 다카하마초 의회가 며칠 전 간사이전력 다카하마 원전 1·2호기 재가동에 동의했다. 재생에너지만으론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 목표를 달성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중국은 아예 원전을 국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원전굴기(起)’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48기 원전을 가동 중인 중국은 12기를 건설하고 있고, 40기를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11%를 원전으로 채워 2060년에는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일본 등 경쟁국이 원전을 늘리는 와중에 우리만 원전을 없애면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건 한 발을 묶고 경주에 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코로나19 재앙 속에 온 세계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이 시점에 ‘원전산업’ 국익을 털어먹고 있는 이 정권의 어리석은 ‘탈원전’ 정책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지금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