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춘추시대 손무가 쓴 손자병법에는 36계가 있다. 이중 반간계는 33번째 계책으로, 적의 첩자를 역이용해 적을 속이는 기만전술 가운데 으뜸으로 친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국지의 적벽대전에서 주유가 펼친 반간계다. 조조는 오나라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주유의 친구이자 자신의 참모인 장간을 주유에게 보냈다. 주유는 장간과 함께 술을 마시고 취해 자는 척하며 채모와 장윤이 보낸 것처럼 꾸민 편지를 흘렸다. 여기에다 황개를 고육계로 활용해 조조로 하여금 채모와 장윤을 오나라의 첩자로 오판하게 했다. 결국 반간계에 넘어간 조조는 수전에 강한 장수인 그들의 목을 쳤고, 그 결과 적벽대전에서 조조는 참패를 당했다.

우리 역사에도 ‘요시라의 반간계’가 등장한다. 정유재란이 일어났던 1597년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는 첩자 요시라를 경상좌병사 김응서에게 보내 자신의 라이벌인 가토 키요마사가 어느 날 부산포를 거쳐 일본으로 가는데 조선 수군이 지키고 있다가 공격하면 그를 잡아 죽일 수 있다고 알려줬다. 김응서는 도원수 권율에게 보고했고, 권율이 이를 조정에 보고하자, 조정은 이순신에게 전함을 이끌고 나가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적의 계략이란 것을 간파한 이순신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선조는 왕명을 어겼다는 이유로 이순신을 서울로 압송했고, 원균이 수군을 지휘하게 됐다. 원균은 칠천량 전투에서 왜군에 대패해 12척의 전함만 간신히 탈출에 성공했다. 이 전투로 조선수군은 괴멸상태에 빠졌고, 조선의 유능한 수군 장수들이 대부분 전사했다. 이처럼 반간계는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기만술이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최근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놓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극한대립을 반간계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있다. 홍 의원은 윤석열 검사를 앞세워 소위 국정 농단 수사로 보수와 우파 진영을 궤멸시켜 놓고,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만들어 윤 총장을 반대 진영의 주자로 세우도록 야권 분열을 작업한 후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3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 역시 진보진영 정당의 33계 반간계에 걸린 결과로 보고있는 보수지지층에겐 매우 흥미로운 해석으로 읽힐 듯 싶다.

어쨌든 추 장관이 윤 총장 직무정지 조처를 한 데 대해 검찰과 국민여론이 들끓고 있다. 26일 오전 조상철 서울고검장 등 전국 고검장 6명이 성명서를 통해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 명령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앞서 대검 중간 간부 27명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는 위법 부당하다”고 했고, 전국 10여 곳의 검찰청에서는 평검사 회의 개최 여부를 논의 중이어서 자칫 ‘검란’으로 치달을 태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 조처가‘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맞대결이 이 나라를 우스운 꼴로 만들고 있다. 국민들은 말 그대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참아내야 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