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선생의 여성건강칼럼 외음부 질환
바이러스 원인인 생식기 포진은
수포·궤양성 병변 등 증상 동반
증상 초기에 항바이러스제
복용하면 쉽게 치료할 수 있어
3기 넘어간 매독은 ‘위험천만’
곤지름·칸디다증 등 질병 다양

박영복 산부인과 교수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박영복 산부인과 교수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외음부는 피부와도 같습니다. 피부에 생길 수 있는 일반적인 질환들이 외음부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대표적으로 생식기 포진이나 매독과 같은 성접촉으로 인한 성병성 궤양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진료실을 찾아온 60대 여성은 조금만 피곤하면 외음부와 항문 주변이 가렵고 따갑다며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최근 들어 증상이 자주 나타날 뿐만 아니라 심할 때는 소변을 보는 것조차 힘들다고 했습니다.

진단 결과 수포와 궤양성 병변이 함께 나타나는 생식기 헤르페스, 즉 생식기 포진이었습니다.

여성 생식기 궤양 중에 가장 흔히 생기는 질병입니다. 흔히 입술 주위에 물집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데, 단순포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생기는 질환입니다. 주로 성접촉에 의해 감염되며 우리 몸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증상이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생식기 주변에서 가려움이나 따가움 등 이상감각이 느껴집니다. 나중에는 점차 통증과 압통이 심해지면서 물집이 생기는데, 보통 일주일 내에 물집이 터지고 흉터가 생긴 뒤 점차 사라집니다.

증상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거나 연고를 사용하면 쉽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생식기에 궤양을 유발하는 질환이 몇 가지 더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매독입니다. 매독 또한 포진과 마찬가지로 성병에 포함되는데, 1기에서 3기로 나뉩니다. 1기 매독은 통증이 없는 성기 궤양이 나타나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궤양이 생기고 일주일쯤 지나면 양쪽 사타구니의 임파선이 점점 커집니다. 여기서 한 두 달쯤 지나면 2기 매독이 진행됩니다. 큰 증상은 없지만, 피부와 점막에 다양한 모양의 발진이 생기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복기를 거치면 3기로 넘어갑니다.

이때부터는 ‘무서운 병’이 됩니다. 말초동맥염, 심장·중추신경장애 등을 유발해 신체 불구가 될 수도 있으므로 매독은 초기에 치료해야 합니다.

외음부에 브로콜리나 닭벼슬 표면처럼 도돌도돌하게 병변이 자라기도 하는데 이것을 곤지름(condyloma)이라고 합니다.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의 저위험 바이러스들이 일으키는 질환으로 병변을 모두 소작하거나 제거해야 합니다. 외음부 입구의 바톨린샘에 물이 차면 바톨린샘낭종, 고름이 생기면 바톨린샘농양이 생깁니다.

종종 놀이기구나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외음부에 타박상을 입고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넘어질 때의 충격으로 외음부에 피가 고이면 외음부 혈종이 생깁니다. 심할 경우 통증과 압통도 그만큼 심각할 수 있어 때론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생리대에 들어 있는 일부 성분이 피부를 자극해 생기는 외음부 접촉 피부염, 면역력이 떨어지면 하얀 냉이 나오면서 가려움과 따가움을 동반하는 외음부 칸디다증 등 다양한 질병이 있습니다. 드물게 외음부 암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피부에 나타난 상피세포암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금까지 외음부에 발생하는 여러 질환을 알아봤습니다. 외음부가 가렵다고 계속 긁다 보면 피부가 두꺼워져 만성적인 가려움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니, 작은 불편감이라도 산부인과를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