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아동옹호센터 집다운 집으로
(3) 영덕군 아동주거빈곤 현장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며
2녀1남 아이들 키우는 최씨네
빈집 찾아 겨우 둥지 틀었지만
얇은 창호지 문, 추위 막아줄지
가족들 걱정에 매일 밤잠 설쳐

영덕군에 사는 최씨의 집. 폐가였던 이 집을 관리하는 조건으로 무상 사용하기로 했다. 옛집처럼 ‘一’자형 구조로 돼 있다. 여름철에는 강렬한 햇빛, 겨울철에는 우풍이 심해 5인 가족이 어려움 속에 생활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아동옹호센터 제공

영덕에 사는 최모씨는 지난 8월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왔다. 지인의 도움으로 오래된 폐가를 관리해주는 대신 무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어림잡아 10번은 넘게 이리저리 이사를 한 최씨는 하루하루 건설현장에 다니면서 슬하의 2녀 1남 아이들을 먹여 살린다. 아내가 일용직 근로를 하면서 생활비를 보태도, 말 그대로 입에 풀칠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폐가라는 이름답게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상태의 집을 손수 개·보수해서 살고 있다. ‘一’자형 구조로 된, 흙으로 만든 토담집이다. 5명이 살기엔 턱없이 좁을뿐더러 생활하기에도 불편함이 너무 크다. 급한 마음에 최씨가 천장 보수공사부터 벽지까지 새로 붙였으나 임시방편이다. 부엌은 싱크대나 수납공간이 없어 그릇더미들이 곳곳에 쌓여 있다.

 

최씨네 첫째딸의 방. 정면으로 최씨가 사춘기인 첫째딸을 위해 주워온 책상을 손질해 만들어준 화장대 겸 책상이 눈에 들어온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아동옹호센터 제공
최씨네 첫째딸의 방. 정면으로 최씨가 사춘기인 첫째딸을 위해 주워온 책상을 손질해 만들어준 화장대 겸 책상이 눈에 들어온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아동옹호센터 제공

여름철을 어떻게든 버틴 최씨 가족은 겨울나기에 대한 고민이 많다. 우풍을 막기 위해 창호지로 된 문에 한지를 덧댄 상태로 올겨울을 나야 한다는 게 가장 염려스럽다. 기름보일러 난방비가 많이 부담돼 연탄을 사용, 겨울을 보낼까 하는 생각에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다.

특히나 최씨는 아이들의 생활을 가장 우려한다. 내년에 고교생이 되는 첫째딸은 간신히 누울 정도의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있지만, 중학생인 둘째와 초등학생인 셋째가 점점 자라는 모습을 보면 기쁘다가도 슬프다. 한창 사춘기인 첫째딸의 방을 예쁘게 꾸며주고 싶어 이사 오기 한 달 전부터 유독 신경을 쓰기도 했다. 한창 화장에 관심이 많을 나이라 예쁜 화장대를 선물해주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부담에 주워온 책상을 화장대로 만들어준 게 늘 미안하다.

밝게 웃으며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놀기 좋아하는 둘째가 혹시 자신의 집을 부끄러워하지는 않을지, 또는 애써 참는 건 아닌지 부모의 입장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 아직은 어린 셋째 딸 역시 언제까지나 아무것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최 씨는 아이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다가 매번 밤잠을 설친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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