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2020 경북 원자력포럼’에서 하재주 한국원자력학회장이 ‘기후위기와 원자력, 그리고 경주’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국내 원자력산업은 정부의 에너지정책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크게 위축되고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 원자력 산업계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2020 경북 원자력포럼’을 마련했다. 18일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환기를 맞은 원자력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지혜를 모았다. 하재주 원자력학회장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김한수 경북도 동해안전략산업국장, 염학기 한국전력기술원장, 유용균 한국원자력연구원 지능형컴퓨팅연구실장, 전영태 한국수력원자력 상생협력처장이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기조강연
 

하재주 한국원자력학회장

하재주 한국원자력학회장

“기후위기 대응, 세계적 흐름 속 경주의 역할 커져”

현재는 기후변화라는 단어가 아닌 기후위기라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즉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가장 큰 정책은 기후위기 대응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35년까지 전력부분에서 탄소제로를 먼저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석탄, 석유, 가스 등 탄소를 배출하는 사업자에게 탄소세를 부과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7월 30일 발표한 개정 당론에 전력부분의 탈탄소가 시급한 것을 지적하면서 탄소제로 기술인 원자력의 이용을 포함했다. 이는 바이든 당선인이 “I will choose science over fiction”(소설보다는 과학)이라고 한 말에서 보듯이 신재생만으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과학적 판단이다.

전통적으로 원자력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민주당이 거의 50년만에 원자력이용을 지지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이러한 미국의 향후 행보는 우리나라가 정치사회적으로 결정한 에너지믹스정책에 따라 강제시행하는 것과 매우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미국은 가동 중인 원전이 안전성과 경제성이 보장된다면 계속운전을 한다. 87기가 60년의 운영허가를 획득했고, 4기는 80년의 운영허가를 획득했다. 40년 넘게 운전하는 원전은 47기에 이른다. 우리가 40년 최초운영허가가 도래하면 무조건 폐쇄하는 정책과 대조적이다.

미래를 위해 필요한 능력은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재개가 절실하다. 대형원전을 기저전력으로 어느정도 활용하면서 에너지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는 선진원자로의 개발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경주가 이런 혁신 기술 개발의 메카가 되기를 바란다.

주제발표

 

김한수 경북도청 동해안전략산업국장

김한수 경북도청 동해안전략산업국장

“경북 동해안을 국내 최대 환동해 에너지벨트로”

경북도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가 공존하고 있는 국내 유일 지역이다. 태양광, 풍력 등 주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국 대비 3.3%나 더 높은 12.2%를 차지(2019년 기준), 국내 신재생에너지 생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가동 중인 24기 원전 중 11기(울진 6, 경주 5)가 경북에 소재(설비량 기준 전체의 43%)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도는 ‘지역특화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통한 환동해에너지 벨트 조성’을 비전으로 경주, 울진, 포항, 영덕을 포함한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기업 지원 및 인력육성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혁신원자력기술연구단지 조성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원자력 선진국 중심으로 소형 원자로 개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는데 향후 2050년까지 1천기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도는 지난 2019년 7월 16일 경북도, 경주시, 원자력연구원과 경주 감포 일원을 혁신원자력기술연구단지로 조성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와 함께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 해체 시점에 맞춰 지역기업을 육성하고 전문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지원사업을 2019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중수로해체기술원과 방폐물정밀분석연구센터 설립을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전해체를 지원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경북도는 지역별 특화 에너지산업을 촉진하고 에너지 관련 국립대 유치, 원자력과 4차산업혁명 연계를 통해 경북 동해안을 국내 최대의 환동해 에너지 벨트로 조성하는 데 노력하겠다. /안찬규기자

주제발표

 

염학기 한국전력기술원장

염학기 한국전력기술원장

“정부 주도 원전해체 인프라 구축·기술개발 필요”

국내 원전해체산업은 국가정책·산업·사회적 요구 사항이 증대하고 있다. 오는 2029년까지 원전 12기가 영구정지될 예정으로 안전한 해체를 위한 기술적 고도화가 요구되고 있다. 또 원전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 등 환경영향 최소화를 위한 국민적 요구도 올라가고 있다. 이를 충족하려면 정부 주도의 원전해체 인프라 구축 및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정부는 원전해체산업을 육성하고자 국가 상위정책 및 주요계획에 관련 내용을 포함했다.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해체 역량을 확보해 세계시장 진출에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탈원전 정책과 함께 원전산업 핵심생태계를 유지하면서 후행 주기와 유망분야를 육성, 원자력 분야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도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포함돼 있다.

글로벌 원전해체산업시장의 규모는 500조원이 넘는 블루오션이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24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30년까지 가동연수가 40년이 넘는 원전이 전 세계에 70%에 이르며, 국내 원전은 12기가 해당해 약 10조원 규모의 국내 해체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이 시장을 선점하려면 독자적 원전 해체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Nu-Tech 2030과 원자력기술개발계획 등 정부계획을 바탕으로 현장 맞춤형 기술역량 축적과 해체산업 생태계 창출방안이 중요하다. 특히, 이러한 기술개발을 관련 산학연의 협력을 통해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지속 가능한 원전해체 핵심기술을 확보한다면 원전 해체산업의 생태계육성과 더불어 해외시장 진출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어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안찬규기자

주제발표

 

유용균 한국원자력연구원 실장

유용균 한국원자력연구원 실장

“인공지능 기술로 더 안전한 원전 운영의 길 열려”

흔히 인공지능 기술을 인간과 같은 지능을 만드는 기술로 생각하지만, 인공지능의 역사를 보면 인공지능의 정의는 계속 변하고 있다. 인간과 같은 지능을 추구하는 방향도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인공지능 기술도 존재한다. 산업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잘 이용하려면 현실적인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통하여 원자로를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기기진단 및 예측, 사고대응 등의 분야에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특정한 기기가 고장이 나기 전에 사전에 징후를 감지함으로써 사전에 사건에 대응할 수 있고, 사고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안전하게 원자로를 멈추기 위하여 인공지능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원자로를 빠르게 설계하고 복잡한 시뮬레이션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이 같은 인공지능과 원자력안전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지능형컴퓨팅연구실은 기계, 전자, 전산, 산업공학, 화학공학, 원자력 등 다양한 도메인(Domain)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SCI 논문 및 특허가 있는 세계 최초의 딥러닝 기반 최적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연 15억원의 예산을 바탕으로 AI관련 정부과제 5건을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1995년부터 국내에서 하나뿐인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HANARO)’를 우리 기술로 설계·건설해 운영하며 의료용·산업용 동위원소 생산과 중성자를 활용한 단백질 연구, 의약품 개발 등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주제발표

 

전영태 한국수력원자력 상생협력처장

전영태 한국수력원자력 상생협력처장

“코로나 방역·지역인재 채용 등 지속적 상생 실천”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발전량의 31%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 중 경북소재의 발전소(월성, 한울, 예천, 청송)에서 발전량의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수원은 경북도와의 상생발전을 위해 2019년도 기준 경북도에 813억원, 경주시에 182억원의 세금을 납부했고 전체 근무인원 1만1천841명 중 5천285명이 경북 지역에 근무하고 있다.

올해 초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84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감염병 확산방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돕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성금 및 감염 예방물품 지원(23억원) △임직원 자발적 임금반납분 집행(26억원) △지역 특산물, 전통시장 장보기 등 물품구매(28억원) 등을 펼쳤다.

한수원은 경주시 창업 생태계 활성화 지원을 위해 경주시 신 골든 창업특구 조성사업, 산학협력 청년창업지원사업, 통합청년지원센터 조성 등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경북소재 지역인재 채용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면서 2017년 17.6%였던 지역인재 채용비율이 2019년 24.1%로 늘었다.

경주지역 대표기업으로서 다양한 경주기업 우대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시장개척단, 스마트공장, 산업혁신, 협력연구개발 등 가점부여하고 동반성장아카데미, 경주기업 전액 지원과 같은 사업도 펼치고 있다.

한수원은 앞으로도 지자체, 지역사회와의 공동상생을 위해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회공헌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사회적 가치 구현에 앞장설 계획이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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