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일 근
그 마을 사람들은 바다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설마? 하고 물어보면
불쑥 주머니 속의 바다를 꺼내 보여준다
놀라지 마라,
그것은 마을의 아주 어린 꼬마 녀석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제법 사랑을 아는 나이가 된 친구들은
사랑으로 외롭거나 쓸쓸할 때에는
손바닥 위에 바다를 올려놓고 휘파람을 분다
아무래도 마을 어른들은 한 수 위다
흰 손수건인가 싶어 보면 어느새 하얀 갈치 떼로 변하고
손금 위로 바다를 흐르게 하고
흐르는 바다 위에 섬을 띄운다
아주 오래전 그 섬을 찾아가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의
안부까지 전해준다
떠나오던 날 마을 사람들이 주섬주섬 챙겨
선물로 건네주던 바다
(….)
시인은 동화(同化)의 미학을 따스하고 부드러운 필치로 보여주고 있다. 바다와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윽하기 그지없다. 때로는 거칠게 파도를 몰고 오는 사납고 무서운 바다지만, 늘 푸르게 사람들 곁에 일렁이며 편안함과 평화를 건네는 바다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항용 그런 바다와 함께 한 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시인의 주머니 속에도 그런 바다가 꼴싹하게 담겨 있을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