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시골 마당의 햇살 좋은 바람에 나부끼는 빨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마당의 이쪽과 저쪽을 가로지르며 이어주는 빨랫줄과 바지랑대의 모습은 미덥고 평화로운 풍경 그 자체다. 비 온 뒷날의 빨랫줄에는 어김없이 형형색색의 온 식구가 가득 널린다. 그런 삶의 중심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있었다.

빨랫줄 없는 마당은 있어야 할 어머니의 향기가 빠진 듯 왠지 허전하고 쓸쓸하다. 가족을 이어주는 탯줄 같은 빨랫줄, 힘겨움을 참으며 입을 꽉 다문 빨래집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헌신적인 사랑으로 가족을 곧추세우며 중심을 잃지 않는 바지랑대는 영락없는 우리네 어머니다.

이제는 세월의 뒤편으로 밀려 집 앞마당의 빨랫줄과 바지랑대의 모습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다. 간혹 야트막한 시골집 담장 너머로 바지랑대와 빨랫줄 풍경이라도 보이면 어머니를 만난 듯 반갑기만 하다. 그리고 잠시 여기에 멈춰 바람에 나부끼는 그리움 한 줄을 바지랑대에 높이 치켜세워 따스한 햇살 아래 널어놓는다.

“앞마당, 헐거워진 빨랫줄 저편 너머로 그리움이 젖는다.” /정만석(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