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림

꿈을 꾼 것도 아닌데

꿈속 일처럼 서둘러 핀 복수초

그때 나무들은 뭘 했을까

나비들은 어디쯤 날고

눈꽃이던 아침 안개와 반짝이던 햇살은

무슨 관념에 젖어 흘러갔을까

흘러가는 소리들을 바라본다

눈길 머무는 자리마다

겨울 입김 하얗게 살아나는 윤이월

낯선 노란 그리움과

숨넘어갈 듯 저 홀로 흔들리는

꽃잎

서둘러 피고 보자는 독설

엄동을 견딘 이른 봄. 제일 먼저 피어나는 산자락의 노란 꽃잎의 복수초를 바라보며 시인은 일종의 생명 연대 같은 것을 떠올리고 있다. 복수초 꽃이 필 때 나무와 나비와 안개, 햇살과 바람이 함께 움직이며 각각의 생명운동을 하며 아름다운 개화에 함께하며 서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아무리 미미하고 하찮은 것일망정 저들의 생명 탄생에는 우주의 여러 생명체가 연대하여 함께한다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