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항예총회장 류영재
16일∼내달 12일 경주 JJ갤러리 초대 개인전
몰두해왔던 소나무 소재 작품과 함께
생활 주변 모습 형상화한 유화 15점 전시

류영재作 ‘소나무-들길따라서’

“이순(耳順)의 나이를 훌쩍 지나고서야 비로소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의 조급함을 내려놓고,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자유로운 사색을 통하여 스스로의 진실한 내면과 조우하기를 꿈꿉니다. 동빈항 부둣길을 걷고, 돌골의 오솔길을 걷고, 초록 울창한 솔숲을 걸으며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받아 적어보려고요….”

포항예총 회장인 류영재(62) 서양화가가 16일부터 오는 12월 12일까지 경주시 현곡면 지곡길 53-5에 위치한 JJ갤러리에서 기획 초대한 개인전을 갖는다. 지난 2018년 11월 서울 인사동 갤러리 경북의 우수작가 초대전 이후 2년 만에 가지는 전시회다.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가 녹아있는 소나무를 작품의 소재로 해 소나무에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작업과 소나무의 조형성에 대한 해석에 몰두해왔던 그는 이번 전시에서 소나무 작품과 함께 새롭게 작가의 생활 주변의 모습을 관조하는 방식으로 형상화한 새로운 소재의 작품도 선보인다.

‘소나무-창밖에 비 내리고’, ‘소나무-들길따라서’, ‘소나무-겨울바람’, ‘솔숲-돌골마을에서’, ‘돌골 이야기’, ‘동빈항에서’등 유화작품 15점이다.

아스팔트처럼 거친 질감의 역동적인 줄기와 바랜 듯 깊이 있는 색감의 소나무 그림을 주로 그려왔던 그는 이번 전시를 계획하면서 소나무를 통해 어떤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예술창작의 근본이 정답이 없는 세계에 대한 도전, 새로움의 추구이지만 이런 일들이 형식적인 진보에 그치게 될 경우 공허하고 오히려 예술작품의 품격만 훼손시키는 결과를 부르게 된다. 작가의 성정 또한 혁신적인 미적 실험보다는 자연에 대한 관조와 사색을 통해 긍정과 치유의 역할에 작업의 가치를 두는 편이다.

작가가 소나무 그림을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 고유의 소나무인 적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을 지나가다 껍질이 벗겨지고 가지가 부러진 죽은 소나무가 여럿 있음을 목격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들이 마치 좋은 전통은 모조리 탕진해버린 현 시대의 아픔과 휘어진 솔가지처럼 뒤틀린 사회현상을 꾸짖는 상징처럼 느껴져 이를 작품에 담아내고 싶었고, 줄기와 가지가 구부러진 형상의 소나무가 지닌 놀라운 조형성에 매료되기도 했다. 소나무에 대한 탐색이 계속됐고, 석사학위 논문의 주제를 ‘한국회화에 나타난 소나무 그림의 상징성에 대한 연구’로 정해 소나무와 소나무그림에 대해 공부하며, 작업의 화두로 소나무를 선택했던 것이다.

“나이가 든 탓인지 자연을 대하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좀 더 잘 보기 위해서 가까이,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식이 아니라, 짐짓 한걸음 물러서서 뒷짐 지고 물끄러미 바라보게 됩니다. 격렬하게 휘어졌던 소나무 줄기가 곧게 펴지기도 하고, 외롭게 한 그루만 그리던 것이 두 그루, 세 그루가 되더니 숲을 이루기도 합니다. 초록색 솔숲이 되기도 하지요.”

그에게 예술가적 성취에 대한 조급함은 없다. 그동안 조급함 탓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자연의 모습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고, 자연의 질서도 살피게 됐고, 다른 사람들의 그림에서 그 속내를 들여다보는 안목을 기르고, 화가의 마음을 읽어내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것이 그의 작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이 전시를 구상하며, “한적한 갤러리에 작품을 걸어두고 나의 그림이 내게 어떤 얘기를 걸어오는지 들어보고 싶었다. 이 전시회가 자연의 모습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담아내는 화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전시라 했다.

“소나무를 소재로 한 그림 외에 우리 동네의 모습을 형상화 한 작품이 있고, 날마다 마주하는 동빈항, 사무실 창밖으로 본 동빈내항의 인상을 표현한 작품이 있어요. 삶의 현장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그렇다고 소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에 소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지금까지처럼 소나무가 전하는 말 이외의 풍경들을 애써 피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변의 자연과 삶의 이야기들 그 감동의 파장을 기록하려 노력할 것입니다.”

류 작가에게 소나무는, 그리고 주변의 풍경들은 예술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새로움이라는 예술적 강박을 내려놓겠다는 의미에 대해 그는 ‘내려놓음’이 아니라 진솔하고 자유로운 자신의‘방법정신’에 방점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

“예술가는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입니다. 새로운 미학을 만들고, 새로운 양식을 만들고,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사람이죠. 그러나 일상의 험난한 파도를 넘는 일조차 녹록치 않았던 내게 예술은 그저 가슴앓이에 불과한 일이었습니다. 나의 삶이 그러했음을 스스로에게 고백합니다. 고단한 현실의 삶에 지친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다독이고 위안을 주는 작업으로 감상을 하시는 분들께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이번 류 작가의 JJ갤러리 기획초대 개인전은 깊어가는 가을에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관람객들에게 마음의 치유를 제공하는 전시회가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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