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국토연구원이 주관한 공청회에서 8~15년에 걸쳐 땅·집값의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90%로 올리는 안이 유력하게 대두됐다. 올해 기준 현실화율이 50~70%에 지나지 않는 공시가격 현실화는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는 정책과제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창궐로 최악의 경제난이 닥쳐 국민의 삶이 한없이 팍팍해지고 있는 시점에 지금 이걸 꼭 서둘러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공청회에서는 공시지가 현실화율 9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땅이 8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10년, 단독주택은 15년으로 추산됐다. 15억 원 이상 아파트는 2025년까지, 15억∼9억 원은 2027년까지, 9억 원 미만은 2030년까지 시세 대비 90% 수준으로 높아진다. 국토부는 공청회 의견수렴을 거쳐 조만간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공시가격을 올리는 일은 단박에 보유세가 뛴다는 측면에서 분명한 증세다. 이미 올해 재산세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란 이들도 많다. 아파트 공시가격은 서울의 경우 15% 가까이 올랐다.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기초연금·개발부담금·경매·소송 등의 기초자료를 포함해 수십 가지 준조세의 산정기준이 되기 때문에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와 달리 더불어민주당은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를 최대 50% 감면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국민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종부세는 손대지 않겠다”고 했고, 민주당은 “강남 3구 초고가 주택을 제외한 상당수 서울시민(200만 가구 예상)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해 내년 재보선을 의식한 정치적 계산법마저 엿보인다.

정부의 정책이 세금의 부과·징수를 법률로 규정하도록 한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있다. 거래절벽이 나타나지 않게 양도소득세·취득세 같은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는 견해도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힘들게 된 국민 모두에게 푼돈이라도 다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하던 정치권이, 아직 상황이 여전히 엄중한데도 서민들 주머니까지 훑어갈 온갖 궁리에 빠져 있는 모습이라니 너무 야박한 행태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