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신뉴딜산업 그린바이오
포항 그린바이오 산업의 미래와 전망(하)

장경식(왼쪽부터) 경상북도의회 의장, 김진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청장직무대리,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이강덕 포항시장,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이 지난 6월 15일 MOU를 체결했다. /포항시 제공

“가속기 등 첨단 시설들과 포스텍 등의 훌륭한 인적 자원까지 보유한 포항에 둥지를 틀게 돼 영광이다. 교육, 연구, 산업 시설에 더해 이 모든 것을 매듭지을 수 있는 혁신적인 메디컬 센터 구축이 최종적인 목표다”

한미사이언스(주)가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3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할 당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주) 대표이사가 한 말이다.

포항융합산업기술지구로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철 이외의 산업 기반 구축을 위해 지난 10여년 동안 포항시와 경북도가 노력한 결과로, 이를 바탕으로 포항에 바이오산업 개막이 본격화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10월 기준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입주를 결정한 기업은 총 12곳이다. 또한 한미사이언스를 비롯해 3개 기업이 세부사업내용을 협의하고 있으며 11월 산업용지 3차 분양 시 신청을 할 예정이다. 이 중에서 바이오 관련 기업은 총 입주 기업의 절반가량인 7개사로, 포항융합산업기술지구가 바이오 중심의 생태계가 마련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이미 입주를 결정했거나 입주를 예정하고 있는 총 15개 기업 중 12개 기업이 포항시 등과 MOU를 체결했는데, 총 투자금액 3천965억원에 고용인원 213명으로 그 규모 또한 엄청나다.

포항융합산업기술지구에 둥지를 트는 기업 중 바이오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소개해 본다.

 

한미사이언스, 2030년까지 3천억 규모 투자 결정
포항시-한국제약바이오협회 MOU… ‘신약산업군’ 기반
포항벤처기업 바이오앱, 돼지열병그린백신 대량 생산
한성재단, 2021년까지 골수유래 줄기세포치료제 생산공장
입주 기업 15곳 중 7곳 바이오 관련 ‘바이오 생태계’ 시동

 

□ 한미사이언스

경북도와 포항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은 올해 6월 15일 포항시청에서 한미사이언스(주)와 스마트 헬스케어 인프라 구축을 위한 3천억원 규모의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MOU는 한미사이언스(주)가 코로나19 이후 바이오, 스마트 헬스케어, 비대면(언택트) 등의 신성장 산업 진출을 위해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포항이 스마트 헬스케어 인프라 구축의 시작을 쏘아올렸다는 평가다. 구체적으로 한미사이언스(주)는 오는 2030년까지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5만1천846㎡에 스마트 헬스케어 임상센터, 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 R&D센터, 시제품 생산시설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Medical Service(임상센터)와 R&D(연구개발), Manufacturing(시제품)을 함께 해 연구결과를 신속하게 산업화하고, 의료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미사이언스는 MOU 체결과 함께 대내외적으로 미래 사업 비전도 선포했다. 발표된 비전은 △사이버 교육(Cyber Education) △디지털 바이오(Digital Bio) △오럴 바이오(Oral Bio) △시티 바이오(City Bio) △그린 바이오(Green Bio) △마린 바이오(Marine Bio) 6대 사업 과제로 압축돼 있다. ‘사이버 교육’과 관련해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11월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텍과 K-바이오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문 인력 육성 등에 힘을 합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기존부터 구성하고 있는 협약을 바탕으로 한미사이언스와 경상북도, 포스텍, 포항시는 정상급 제약 바이오 산학클러스터를 함께 만든다는 계획이다. ‘시티 바이오’는 발표 당시인 6월 15일 포항시 등과 체결한 MOU와 관련이 있다. 관련해 한미사이언스는 시티 바이오(City Bio) 라고 이름한 포스트 코로나 비전 사업으로 그룹의 50년 노하우를 집약한 ‘미래 도시’를 포항에 건설하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마린 바이오’가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포항융합산업기술지구에 융합 마린 바이오 센터를 개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마린 바이오라는 생소한 영역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미사이언스는 포항이 천혜의 해양 자원 입지 조건과 그를 입증하는 오랜 역사, 그리고 원조 4세대 가속기를 보유한 최적의 장소임을 밝히고, 이를 통해 진화 전·후 유전체 연구, 바이러스를 포함하는 미생물간 생태계의 이해, 인체 세포 기능의 기원 등을 연구할 방침이다.

한미사이언스의 투자 결정은 제약업계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사안이다. 제약업계 등은 포항시가 주력하고 있는 바이오시책이 본궤도에 오르면 포항에서 2026년쯤부터 신약산업군의 형성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9월 22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포항시와 포스텍,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과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1945년 설립돼 국내 주요 제약회사를 포함한 210여개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제약바이오산업발전을 위한 관계 법규 및 제도 연구, 교육훈련사업 추진, 혁신을 통한 새로운 의약품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힘쓰고 있다. 이날 MOU을 통해 바이오산업 육성을 통한 기업 성장 지원 역할을 수행하며 포항 바이오산업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포항시는 지난 8월 26일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내 공장건립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 8개사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포항시 제공
포항시는 지난 8월 26일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내 공장건립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 8개사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포항시 제공

□ 바이오앱·의료법인 한성재단

(주)바이오앱과 의료법인 한성재단도 주목할 만하다.

포항의 벤처기업인 바이오앱은 포항융합산업지구 1만여평에 430억원을 투자해 돼지열병그린백신을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 2011년 설립된 바이오앱은 2012년 ‘포스코벤쳐파트너스 멤버스기업’,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신기술인증’, 2019년 ‘동물의약품제조업 허가’와 ‘허파백TM 돼지열병 그린마커 주’ 품목허가를 받은 그린백신 선도기업이다.

특히, 바이오앱은 세계 최초로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 성분을 이용해 돼지열병 백신을 개발한 곳이다. 회사의 독보적인 기술력은 정부는 물론 촉이 빠른 벤처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났다. 담뱃잎에서 추출한 물질로 돼지 열병 예방 백신인 ‘허바백’을 출시해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과학기술대상 산업포장을 수상한데 이어 올해는 돼지열병 백신 효능 평가 실증기업으로 지정됐다. 정부가 바이오앱의 식물기반 차세대 동물용 백신을 국내 축산물의 해외 수출에 힘을 실어줄 유망 기술로 공식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투자유치로 포항융합산업지구는 유치가 확정된 그린백신지원센터,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등과 더불어 바이오산업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의료법인 한성재단도 오는 2021년까지 43억원을 투자해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내에 부지 4천132㎡ 건물 2천700㎡ 규모로 골수유래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개발을 위한 임상실험실, 생산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의료법인 한성재단은 세명병원 등 기존 병원 운영에서 탈피해 줄기세포 치료제 플랫폼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업을 사업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어 포항 지역 바이오산업의 변화가 기대된다.

이 외에 나노바이오소재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주)에이엔폴리, 고순도 의료용 산수소나트륨 제조와 관련된 (주)바이오컴, 히알루론산 기반 세포치료제 등을 생산하는 (주)화이바이오메드, 휴대용 체성분 분석기를 제조하는 (주)원소프트다임이 바이오 관련 기업으로 포항융합산업지구에 둥지를 튼다.

 

인터뷰 ▷▷ 황인환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

“세계적 규모 그린바이오 원천 기술 보유
정부 기조 맞물려 국제적 허브 성장 기대”

-포항에서 그린 바이오산업이 활발한 이유는.

△포항공대와 바이오앱 등의 기업에서 세계적 수준의 그린 바이오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포항시와 경상북도가 신성장동력으로 그린백신과 그린바이오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더욱이 한미사이언스가 최근 발표한 6대 비전(사이디오 시그마, Cydio Cigma)에 그린 바이오가 포함되면서 더 큰 동력을 얻게 됐다.

-포항 그린 바이오산업의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지난달 정부에서 그린 바이오산업을 2030년까지 12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그린 바이오산업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포항은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를 기반으로 포항공대-벤처기업(바이오앱·바이오컴 등)-대기업-식물백신 기업지원시설-포항시·경북도가 선순환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어 그 어느 지역보다 그린 바이오산업을 활성화하기에 좋은 환경이고 전망도 매우 밝다.

-포항에 국제적 수준의 그린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식물백신기업지원시설에 이어 관련 인프라가 추가적으로 조성된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린바이오 소재 기반 벤처기업이 공동으로 활용 가능한 연구시설, 상용화를 위한 파일럿 생산시설, 그린바이오 소재 생산을 위한 밀폐형 식물공장, 중소벤처기업 직원 주거 및 문화생활 지원을 위한 주거복합센터, 기업창업 및 네트워킹, 국제 컨퍼런스 등을 지원하는 인큐베이션센터 등이 들어선다면 그린바이오 기업의 창업과 유치에 큰 힘이 되는 것은 물론, 포항이 명실상부한 첨단 그린 바이오산업의 국제적인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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