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혜 순

(….)

하나님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나님이 키운 그 나무 그 열매 다 따 먹은

저 여자가 두 다리 사이에서

붉은 몸뚱이 하나씩

잘라내게 되었을 때

아침마다 벌어지는 저 하늘 저 상처

저 구름의 뚱뚱한 붉은 두 다리 사이에서

빨간 머리 하나가 오려지고 있을 때

( 저 피가 내 안에 사는지 )

( 내가 저 피 속에 사는지 )

저만치 앞서 걸어가는 저 여자

뜨거운 몸으로 서늘한 그림자 찢으며

걸어가는 저 여자

저 여자의 몸속 눈창고처럼 하얀 겨울 속에는

끈적끈적하고 느리게 찰싹거리는 붉은 피의 파도

물고기를 가득 담은 아침바다처럼

새 아가들 가득 헤엄치네

산부인과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상상력을 가미해서 보여주고 있다. 산모와 신생아와 산모의 늙은 어머니, 아이를 낳는 모성의 다리를 가위로 표현하고 출산의 행위를 가위로 무엇을 오리는 것으로 표현하는 시인의 상상력이 이채롭다. 가위로 탯줄을 자른다는 것은 새로운 생성과 단절을 의미한다. 즉 새 생명의 탄생과 산모의 오랜 고통을 단절시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