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포항 수성사격장 훈련 두고
국방부·장기면민 두번째 만남서
주민들은 ‘훈련 중지 후 대화’ 요구
군 당국은 ‘先민관군협의체 구성’
입장만 되풀이 갈등의 골만 커져
국감서도 ‘일방적 훈련’ 도마에

포항 수성사격장에서 내달 실시 예정인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을 두고 국방부와 지역 주민 간의 엉킨 실타래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생존권을 위협받는 지역 주민들은 훈련 중지 후 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군 당국은 명확한 답변보다는 선(先) 민관군협의체 구성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서훈 국방부 장관이 최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새로운 훈련장 건설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현, 포항 장기 수성사격장을 둘러싼 갈등의 해법이 마련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오후 1시 포항시 남구 장기면행정복지센터에서 포항 수성사격장 헬기 사격 문제와 관련해 국방부와 지역 주민들이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두희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포항 장기면 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위), 장기면 33개 마을 이장, 해병대 등이 참석했다. 애초 주민센터 2층 회의실에서 국방부-주민 간담회가 계획돼 있었으나, “형식적인 만남은 거부한다”는 주민들의 강력 반발에 부딪혀 국방부 관계자들은 건물 안으로 입장하지 못했다. 건물 밖에서 잠시간 이뤄진 대화에서 국방부 측 관계자가 또다시 ‘민관군협의체 구성’을 언급했고, 이에 주민들이 집단항의하면서 결국 이번 간담회 역시 양측의 입장만 재확인한 채 파행을 맞았다. 지난 15일에 이어 27일까지 두 차례에 걸친 만남이 별 소득 없이 끝나면서, 아파치 헬기 사격을 사이에 둔 군 당국과 주민들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조현측 반대위 대표위원장은 “지난 15일 국방부 교육훈련과장을 통해 우리의 의지와 요구를 전달했는데, 이번에도 아무런 대안 없이 찾아왔다는 것은 장기면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면서 “당장 11월 중순 예정된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강행한다면 4천200여 장기면민들은 그 옛날 장기읍성을 지킨 결사항전의 자세로 포항 수성사격장의 완전폐쇄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현안에 대해 국회에서는 국방부의 일방적인 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대구 동구을)은 지난 26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국방부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절차상의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국무총리실 관리 과제로 선정해서 적극 행정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덧붙여 강 의원은 (포항 장기면 주민들은) 1965년부터 해병대가 사용한 수성사격장 소음 피해를 감수하며 인내하고 살고 있다.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바란다”며 “별도의 대규모 훈련장을 건설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대안도 제시했다.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서훈 국방부 장관은 “(대규모 훈련장 건설에) 동의한다”면서 “(갈등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포항 남울릉)은 “국무총리실이 갈등 관리과제로 선정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수도 있다”며 “당장 11월로 예정된 훈련 철회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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